경제·금융

세계 무역전선 戰雲고조

지난해의 철강 분쟁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일본ㆍ한국 등이 미국의 버드 수정법에 대한 보복조치 작업에 들어가는 등 새해 벽두부터 세계 무역계에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섬유와 TV에 이어 가구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미ㆍ중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고, 광우병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등 세계 무역계의 기상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버드 수정법은 미국이 외국업체로부터 거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을 국내 피해 업체들에 재분배토록 하는 규정. EU 등 주요 무역국은 버드 수정법이 미국 내 경쟁기업에 대한 부당지원은 물론 미국 기업들의 상대국 기업에 대한 제소 남발의 우려가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승소했다. 이에 따라 WTO는 지난해 12월 27일까지 미국측에 버드 수정법 철폐를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마감 시한이 지나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급기야 EUㆍ일본ㆍ한국 등 11개국이 지난 9일 제네바에 모여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 협의에 들어갔다. EU와 일본, 한국 등은 오는 15일까지 정식으로 WTO에 보복조치를 신청할 방침이다. 공동 제소국 중 일본은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성 장관이 8일 미국측에 최소 1억달러 규모의 수입관세 인상 조치를 취할 뜻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ㆍ브라질ㆍ칠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타이ㆍ캐나다ㆍ멕시코 등도 버드 수정법과 관련, 공동 제소를 통해 대미 무역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버드 수정법으로 피해 본 규모를 대략 3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캐나다는 목재 수출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무려 16억 달러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아 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ㆍ중 무역관계도 악화일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TV와 섬유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한데 이어 9일 침실 가구도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수입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대해 WTO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부당하게 반덤핑 관세를 악용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광우병과 관련,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 압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당사국간 무역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쇠고기 산업에 미칠 막대한 타격을 우려, 주요 쇠고기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에 즉각적인 금수 해제를 종용하고 있지만 한ㆍ일 양국은 식품 안전성이라는 특수한 측면과 관행을 들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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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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