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요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영왕(靈王)은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하는 괴벽이 있었다. 그 정도가 지나쳐서 남자도 허리가 굵은 사람은 싫어했다. 임금이 이렇듯 허리 가는 여자를 좋아하자 궁녀들 중에는 허리를 가늘게 보이려고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한 나머지 굶어 죽는 여자까지 생겼다. 궁중의 분위기가 이러니 마침내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허리 가는 여자가 미인으로 통하게 되고 허리를 가늘게 하기 위한 절식이나 허리를 조여 매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이 같은 고사에서 비롯된 말로서 허리가 가는 미인을 가리켜 초요(楚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의 소주(蘇州)와 항주(杭州)를 방문했을 때 안내인으로부터 "이 곳에서는 지금도 옛날 초(楚)나라의 풍습에 따라 허리가 가는 여성을 미인으로 친다"는 말을 들었다. 권력이 서민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까지 바꾸어 놓을 뿐 아니라 그 영향이 이토록 오랜 세월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출전 사상 첫 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한 한국대표선수들에게 병역면제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한다. 선수들이 고위층에게 병역문제 해결을 호소, 바로 정부방침으로 실행에 옮기게 됐다는 얘기다.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거둔 성과를 생각하면 어떤 포상을 해도 아깝지 않을 듯 하다. 16강에만 끼어도 장한 일인데 8강에까지 들었다. 이들의 승리가 국민들에게 안겨 준 긍지와 일체감은 측량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병역면제의 혜택정도는 그 공적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월드컵의 승리와 병역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16강 , 8강을 이루어 낸 것도 병역과는 무관하며 병역이 면제된다고 더 낳은 성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기대되는 일이 있다면 옛날 중국의 초나라 여자들이 허리를 졸라맸던 것처럼 병역면제를 노리는 젊은 축구인구가 늘 것이란 사실 정도일 것이다. 더욱이 객관적 기준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특례를 인정한다면 당장은 인심을 써서 좋을지 모르나 앞으로 계속 터져 나올 각 분야의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궁금하다. 신성순(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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