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단기 시세차익 기대 여부에 따라 아파트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 자금이 장기간 묶이게 되는 아파트는 그동안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대규모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위치했더라도 장기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를 위해 지은 신도시 공공주택이 유주택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반면 전매제한 기간이 짧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아 단기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아파트ㆍ오피스텔은 오갈 데 없는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높은 청약률을 보이거나 청약에 앞서 ‘밤샘 줄서기’ 현상이 빚어지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
11일 대한주택공사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청약접수를 시작한 충남 아산 신도시(배방지구)의 ‘휴먼시아’ 공공분양 아파트 1,102가구 중 50여가구가 4개월여 지난 현재까지도 미계약분으로 남아 있다. 주공은 당초 계약을 포기한 150가구에 대해 지난 1월 말 3순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다시 냈으나 100여가구밖에 팔지 못했다. 남은 50여가구는 선착순 계약으로 돌릴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유주택자들도 아무 제한 없이 주공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주공이 지난해 11월 첫 청약접수를 받은 인천 논현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논현지구 휴먼시아 아파트는 총 872가구 중 미계약분 125가구에 대해 지난달 14일부터 재분양했으나 49가구가 끝내 팔리지 않았다. 주공 인천지역본부는 미분양분에 대해 12일 공고를 내고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선착순 분양할 계획이다. 아산신도시와 논현지구는 전매가 계약일로부터 5~10년간 제한돼 있고 인근이 적정한 수요를 초과한 과잉공급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비해 코오롱건설이 12일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청약접수에 들어가는 ‘더 프라우’ 오피스텔의 모델하우스 앞에는 10일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기 시작, 입구부터 100여m 이상 줄을 서서 이틀째 밤을 새우며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더 프라우’ 주상복합 아파트도 5일 실시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대1의 이상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더 프라우’ 오피스텔은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하지만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당첨 즉시 전매가 가능하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다. 분양가도 평당 650만원선으로 주변 시세보다 200만~300만원 정도 낮다. ‘더 프라우’의 주상복합 아파트도 입주 이후 곧바로 되팔 수 있는데다 평균 분양가가 평당 1,370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최고 600만원 이상 싸다.
청약시장이 이처럼 양극화되고 있는 것은 실수요자들이 최근 청약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으나 적당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실수요자들이 향후 집값하락에 대한 기대감, 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청약시기를 늦추면서 주택시장 침체의 여파가 대규모 신도시 등에까지 몰아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주택시장에 머물러 있는 투기성 자금은 분양가와 시세간 차이가 크거나 전매제한 규제가 느슨한 곳을 중심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