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택과 집중

식품업계가 전형적인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한 식품회사가 라면사업 중단을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업개시 18년 동안 매년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해 35억원, 2001년 78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라면사업은 이 회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 회사는 라면사업을 정리하면서 생긴 여력으로 선두권에 있는 다른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한다. 잘 생각한 일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비주력 사업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핵심역량부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실제 국내 식품업계는 그 동안 너도나도 `종합식품회사`를 지향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만 열을 올려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70년대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불리우던 종합상사들이 최근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 도달하자 이제는 더 이상 확장지향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빌트`(builtㆍ사업신설)보다는 `스크랩`(scrapㆍ매각정리)이라는 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것은 확장하되 그렇치 못한 것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자를 면치못하는 것을 계속 끌고가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상㈜의 경우 사업시작 3년만인 지난해 사업을 접은 제약사업본부의 대지 7,000평에 이르는 음성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2년째 방치상태다. CJ도 그 동안 음료사업, 화장품사업 등을 정리하고 건강식품 등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01년초 본격적으로 소주사업에 뛰어들어 허덕이고 있는 두산도 과거 우유, 발효유 등 유가공 부문과 맥주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김치사업에 매진,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식음료업체의 개발력과 마케팅력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과도한 사업확대에 따른 역량부족으로 이른바 명품이라 불리울만한 제품들은 절대 부족한 것도 역시 사실이다. 코카콜라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100년 동안 전세계 비스킷의 대명사가 된 나비스코사의 `리츠` 크랙커나 유리레버사의 `립튼 티` 같은 명품들이 즐비하다. 또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만 만드는 하겐다즈 같이 한 우물만파는 기업들의 성공사례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 아이스크림이 500원에 팔릴 때 하겐다즈 제품은 2,200원에 팔리고 있음은 바로 전문적인 브랜드 경쟁력의 차이에 다름 아니다. 하겐다즈의 경우 인공색소나 인공원료, 안정제를 사용하지 않는 100% 천연원료를 사용해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아이스크림으로 인정 받고 있다. 물론 가격이 타사보다 비싸 범용적인 상품이라기 보다는 구매층이 일부에 한정돼 있지만 이도 역시 매출액 위주가 아닌 품질을 중요시 여기는 회사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산 명품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질을 높이고 길게 보자. 정말 이제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양정록 <생활산업부 차장>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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