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등 원인 다양…청각·평형 검사 등 통해…증세에 맞는 원인 치료 필수
| 어지럼증은 나타나는 증세에 따라 원인이 다르므로 무턱대고 빈혈약을 먹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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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주부 김모씨(53)는 수개월 전부터 눕거나 앉을 때 어지럼증을 자주 느꼈지만,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 빈혈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철분제를 복용했다. 두 달 정도 철분제를 복용했지만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진료결과 귓속 평형기관인 세반고리관내에 결석이 생겨 어지러움이 나타나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증(어지럼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사례2: 직장인 강모(남ㆍ29)씨는 가만히 있어도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럽고 일어설 때 자주 쓰러지는 증상을 보여 중풍 조짐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심인성 어지럼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강씨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사의 설명에 따라 안정과 휴식을 충분히 취한 결과 증상이 개선됐다.
일반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면 흔히 빈혈이 아닌가 먼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식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인해 철분이 부족해 빈혈이 생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최근 몸의 평형기관 이상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어질병(어지러움증)' 환자들이 늘고 있다. 40세이상 10명중 4명에게서 한번이상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질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어질병은 왜 생기나=어질병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빈혈로 인한 아찔한 느낌(현기증)과는 증세가 다르다. 빈혈환자의 경우 어지럼증보다는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두통, 식욕 부진 등의 증세를 더 많이 나타낸다. 어질병은 주로 평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전정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발생부위와 원인에 따라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심인성 어지럼증', '중추성 어지럼증' 등으로 구분되며 증세 또한 차이가 있다.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어질병 중 가장 흔한 것이다. 귓속에 있는 평형유지기관인 세반고리관내에 결석이 떠다니면서 병을 일으킨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갑자기 자세를 바꾸게 되면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30초 정도 지나면 증세가 없어져 빈혈로 오해하기 쉬운 병이다.
◇메니에르병=세반고리관내에 있는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이명(귓속울림증상), 청각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한번 발생시 최소 30분에서 수 시간씩 증상이 지속돼 고통스럽다.
◇전정신경염=귓속의 평형신경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신경이 마비돼 발생한다. 갑자기 빙빙 돌듯 어지럽고 심할경우 구토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번 발생시 며칠씩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러스는 침입 후 곧바로 없어지지만 마비된 신경이 자연적으로 회복되려면 3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심인성 어지럼증=최근 스트레스의 증가로 급속히 늘고 있는 어질병이다. 환자는 '머리 속이 흔들린다' '머리가 멍하다' 등 막연한 증상을 호소한다. 우울, 불안, 두통, 불면 등의 정신적 증세가 동반되며 이비인후과, 신경정신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기립성 어지럼증=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아찔해지면서 눈앞이 캄캄해지고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뇌에 혈액 공급이 저하돼 나타나며 기립성 저혈압, 심장병, 자율신경계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뇌종양 및 뇌의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나타나는 '중추성 어지럼증' 등이 있다.
◇안구운동측정,회전의자검사 등으로 진단=이비인후과와 신경과에서 진찰을 받은 환자는 어질병 검사실에서 청각검사와 평형검사를 받게 된다. 어질병 검사실에서 수행하는 평형검사는 3가지가 있다. 우선 전기안진계로서 우리 몸의 평형이 깨어질 때 어지러움이 눈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원리를 이용해 눈 움직임의 이상을 측정한다.
이어 우리의 몸과 머리를 회전시킴으로서 어지럽게 만들어 그 때 나타나는 눈 움직임을 기록해 진단하는 ‘회전의사검사’를 받는다. 마지막 검사는 ‘동적자세검사’로서 우리의 평형을 잡아주는 평형기관과 시각과 다리의 감각을 동시에 검사해 세 기관 사이에 이상이 있는 지를 확인하게 된다.
◇전정재활치료, 치료기간 단축=어질병의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다. 세반고리관내 발생한 결석이 문제가 되는 '양성돌발성체위성현훈증'은 체위변동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체위변동술은 몸의 자세를 바꿔가면서 결석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외래에서 간단히 시행할 수 있다. 전정신경염과 메니에르병은 증상을 완하시켜주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평형신경이 바이러스에 의해 마비된 전정신경염의 경우 재활운동치료를 통해 마비가 풀리는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 재활운동치료는 우리의 귀와 뇌, 온 몸에 퍼져 있는 평형기관을 훈련시켜 평형기능을 강화하는 치료법이다.
국내에 어질병 재활치료법을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어질병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이정구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특정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노인성 어지러움의 경우 전정재활치료를 사용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반고리관내 림프액이 증가해 생기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경우 재발방지를 위해 '이뇨제(체내 수분배출을 촉진하는 약)'를 먹기도 한다. 또한 원인치료는 아니지만 어지럼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약물로 멀미약으로 알려져 있는 '드라마민(성분명 디멘히드리네이트)' 같은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박종무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평소 어지러움을 느껴 빈혈을 의심해 철분제를 6개월이상 먹고도 증세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어지럼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