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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윤 교수 "경제학은 인간 중심 학문이란 것 잊지 말아야"

진보경제학자 변형윤 교수, 전집 9권·회고록 출판기념회

16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학현 변형윤(왼쪽) 서울대 명예교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변 교수에게 출판물을 증정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경제학은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방법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더 필요한가 하는 인간 중심의 시각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진보경제학계의 원로인 학현(學峴) 변형윤(85) 서울대 명예교수가 16일 자신의 삶과 사상을 담은 전집 9권과 대화록 출판기념회에서 후학들에게 이같이 당부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조순 전 부총리는 "변 교수가 태어난 1927년부터 이후 85년을 돌아보면 국내외적으로 정세가 대단히 복잡했던 시기"라며 "대화록 제목처럼 변 교수는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마셜의 정신을 실천했다. 늘 조국과 제자를 사랑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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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이자 간행위원장을 맡은 강철규 우석대 총장은 "한국경제의 산 증인이자 주역인 선생님의 자취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발간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화두인데 전집과 대화록에서 원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생에 대해 "인간을 모든 가치의 중심에 놓은 '인간 중심의 가치'에 기초해 한국경제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지성인으로서 옳지 않은 일에는 끝없이 분노하고 저항했다. 그야말로 언행일치의 삶, 학문과 생활이 일치하는 삶을 사셨다"고 평가했다.

지난 1955~1992년 서울대 상과대 교수로 재직한 선생은 1950년대 후반 생소했던 경제수학ㆍ통계학ㆍ수리경제학ㆍ계량경제학을 한국경제학계에 도입해 새로운 학문을 일으켰다. 1960년대에는 경제발전론ㆍ경제변동론의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학현의 최대 학문적 업적은 '한국경제학' 또는 '학현경제학'의 체계를 제시한 데 있다. 그는 '한국경제의 현실과 밀착된 한국적 경제학의 정립'이 자신의 경제학 연구의 목표라면서 경제학을 우리 현실에 바탕을 둔 연구, 인간에 관한 연구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했다.

선생이 1980년 민주화운동으로 해직교수가 된 시절 창립한 학현연구실은 이후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확대 개편되면서 우리 사회의 진보ㆍ개혁적 경제학자들이 모여드는 중심이 됐다. 진보적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사회경제학회와 주류경제학에 비판적인 개혁적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경제발전학회를 창립해 후배ㆍ제자들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기도 했다.

'학현 변형윤 전집' 9권은 경제사상과 경제철학, 경제학이론, 한국의 경제개발계획, 한국 경제발전의 역사, 한국의 산업구조,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 학현 수상집, 삶의 발자취 등 변 교수의 그간 저작을 주제별로 총정리했다. 대화록 '냉철한 머리, 뜨거운 가슴을 앓다'는 학현의 자전적 회고담으로 제자인 윤진호 인하대 교수가 대담자로 나서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 출간에는 3년이 걸렸으며 107명이 재정적으로 후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170여명이 참석했다.

피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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