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운치 가득 피어나네"

그림으로 표현한 時 전통美의 현대 미술<br>'시화일률' '미의 미학' 등 추위 녹이는 기획전 열려<br>●시화일률展: 72명 시인·43명 화가 참여 80여점 예술결정체 만들어<br>●미의 미학-선과 색: 김흥주등 4명 40여점 선봬 단아·화려 조화 전통미 물씬

박대성 '처용아내'

홍지연 '불꽃(Fire Flower)'

박항률 '목련꽃 도서관'

김홍주 '무제'

정종미 '보자기부인'

강민수 '달항아리'

동장군은 날이 갈수록 더 기세가 등등하다. 어깨를 누르는 추위가 매서울수록 예술은 마치 설중매(雪中梅)처럼 더 운치 있게 다가온다. 시(詩)를 그림으로 표현한 전시, 한국적인 미감을 뽑아낸 기획전들이 차분하면서도 온화하게 감성을 일깨워준다. ◇시와 하나 된 그림='눈 내린 겨울밤에/ 동백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 화르르 화르르 고요를 깨고 있네/ 모든 생명 숨죽여 조용히/ 삶을 내려놓을 때/ 저 혼자 뜨거운 불을 지피네/… 아, 겨울꽃으로 반짝이는/ 화안한 짓붉은 순백의 순간이련가'. 시인 김효중의 '얼음 불꽃'이다. 이 시어를 화가 홍지연이 그림으로 표현했다. '파이어 플라워(Fire Flower)'는 말 그대로 불꽃이다.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는 신년기획전으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시화일률(詩畵一律)전을 열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와 문학평론가 김재홍이 기획한 전시다. 이들은 "시서화삼절(詩書畵三絶)이라 시와 그림은 원래 한 몸"이라며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형상 있는 시"라고 소개했다. 74명의 시인과 43명의 화가들이 참여해 80여점의 예술 결정체를 만들어냈다. 화가들이 시 전체를 읽은 후 한 편씩 선택해 자신의 작품으로 표현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시구는 화가 고영훈이 '그 꽃'으로 형상화했다.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하략)'로 이어지는 나태주 시인의 '기쁨'은 김지혜의 '머리에 꽃달기'라는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정(詩情)과 화경(畵境)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는 전시로 김남조ㆍ이가림ㆍ유자효 등이 참여하는 시 낭송회도 열린다. 서울에서 2월6일까지 전시한 후 부산 가나아트센터에서 2월23일부터 3월13일까지 이어진다. (02)3217-0233 ◇단아함과 화려함의 조화, 한국미=단아함과 화려함의 공존, 웅장함과 단출함의 어우러짐은 한국적 전통 미의식의 특징으로 꼽힌다. 장식적인 기교는 억제하되 섬세한 표현력과 소박한 고졸미는 현대 미술 작가들에게 이어졌다. 이를 수집한 '미(美)의 미학-선과 색'전이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세밀한 선과 깊이 있는 색채로 자연을 그리는 작가 김홍주는 90년대 대표작인 일명 '똥그림'을 선보였다. 밭이랑이나 물 위에 떠있는 흙 등을 그린 작품으로 삶의 근간은 자연에 있음을 웅변한다. 또 하상림은 가늘면서도 역동적인 선과 튀지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색채의 조화로 꽃과 풀을 선보인다. '종이부인' 연작으로 유명한 정종미는 한지와 전통 염색기법을 통해 잊고 있던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새삼 재조명했다. 백자 달항아리를 빚는 젊은 작가 강민수는 전통 미의식을 대변했고 도예가 전성근은 투각으로 섬세하게 장식한 백자를 통해 현대적인 세련미를 겸비했다. 이동하 작가는 청자를 통해 전통을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화려하지만 정제된 맛을 풍기는 여경란의 조형 도자까지 총 8명이 참여해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의 미란 무엇인지, 내 유전자가 이끌리는 미감은 어떤 것인지 탐구해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1월말까지. (02)347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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