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은 경쟁력이다] 4. 재활용률을 높여라-유럽

'적게쓰고 다시쓰기'로 기업힘 높여>>관련기사 다헤즈 시드마 환경담당이사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리면 플란더즈 지방의 겐트시에 닿는다. 국제 기구들이 밀집해 있는 브뤼셀도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지만 겐트시는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이들이 환경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 지 첫눈에 알 수 있다. 연초 프랑스 철강그룹인 유지노와 합병을 선언한 벨기에 철강 그룹 아베드 계열의 시드마 공장은 이곳 겐트시에 있다. 이 공장은 연간 열연 160만톤ㆍ냉연 310만톤을 생산한다. 현대하이스코(180만톤)의 2배 정도 규모다. 시드마의 환경 담당 임원인 요한 다헤즈 이사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두꺼운 환경관련 기업 보고서부터 펼치며 시드마의 물 재활용 시스템에 대해 자랑했다. 물 수요량이 많은 철강업체들은 물을 최대한 아껴쓰고 적게 방류하는 것이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다헤즈 이사는 "벨기에 북부 지역인 플란더즈 지방이 폐수 방류에 매기는 세금은 다른 지역들보다 높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물을 아끼고 폐수의 양을 줄이는 일은 시드마에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시드마가 물을 정화하고 폐수 관련 세금을 내는 등 물과 관련해 들었던 환경 비용이 총 1,400만~1,600만달러에 이른다"말했다. ◆ 물 사용량을 줄여라 시드마 공장 정도의 규모를 가진 철강업체가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연간 5억㎥. 수원인 겐트-테르네우젠 해협의 물을 모두 끌어다 써야 공장을 돌릴 수 있다. 시드마의 선택은 물의 재사용이었다. 지난 99년부터 획기적인 '내부 재순환 시스템(Internal Recirculation)'을 도입해 물 소비량을 최소화한 것. 시드마는 재순환 시스템으로 연간 사용하는 물의 양을 2,000만㎥으로 줄였다. 물의 효율성을 25배나 높인 셈이다. 우선 해협에서 끌어온 물은 역삼투압 방식을 통해 정화, 소금기를 제거하고 지하수와 함께 철강 제조에 사용한다. 사용하는 용수는 철강이 제조되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는 철강 제조의 마지막 단계로 갈수록 깨끗한 고급수가 필요하기 때문. 따라서 정화된 물은 철강 제조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냉연 과정에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이 때 사용된 물은 다시 정화를 거치고 새로 투입되는 깨끗한 물과 섞여 열연 과정에 이용한다. 시드마는 물을 재활용하면서 각 과정에 들어가는 정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각각 산도가 다른 물을 방출해 내는 고로(용광로)와 압연 공장을 통합해 물을 정화하는 방식은 시드마가 자랑하는 재순환 시스템의 백미다. 이 방식의 도입으로 지난 97~98년 VBO(벨기에 기업 연맹)으로부터 환경상(clean technology)을 받았다. ◆ 물 활용률을 높여라 시드마의 내부 재순환 시스템은 한 번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다음 과정에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철강 제조에는 수질이 높은 고급수가 사용되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물을 다음 과정에서 사용하려면 반드시 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드마는 철강 제조 과정을 물을 재순환하기 적합하도록 통합하고 중화 방식 등을 도입해 정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물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철강업체들이 시드마처럼 재순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유럽 철강업체들과 달리 시드마는 세워진 지 40년이 조금 넘었다. 다른 철강업체들은 각각의 철강제조 설비들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시드마는 각각의 과정이 가까이 있다. 처음부터 물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설계를 한 것. 이처럼 설비가 한 곳에 통합돼 있어 한 번 사용한 물을 여러 곳으로 순환시키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시드마의 철강 생산 규모는 연 420만톤. 2003년까지 연 600만톤으로 증산할 계획이지만 과학적이고 정교한 물 관리 체계 덕분에 물 걱정은 하지 않는다. ◆ 환경에 기여한다 아무리 물 사용량을 줄여도 철강 원료인 코크스를 생산해내고 철강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의 방출을 피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물을 정화하는 작업은 시드마에 항상 풀어야 할 숙제이자 도전이었다. 시드마는 대학연구소와 5년간의 산학협동 연구를 통해 박테리아를 활용한 생화학적 물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정화 시스템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많은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해내는 것으로 밝혀졌고 현재는 다른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시드마로부터 구입할 정도로 인정 받고 있다. 지난 91~92년에는 VBO가 제정한 정화 기술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겐트(벨기에)=최원정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