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선물 ‘팔자’ 공세, 프로그램 매물 주가 발목

잘 나가던 주식시장이 프로그램 매도물량에 발목이 잡혀 5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 동안에도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꾸준히 지수 상승을 막아왔지만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외국인의 매수세에 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되면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7일 주식시장은 프로그램 매도의 영향력을 보여준 장세였다. 외국인이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개인도 이틀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지만 이를 능가하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6.01포인트 떨어진 863.03포인트로 마감했다. 이 같은 지수 하락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전일 5,300억원에서 이날 1,700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프로그램 매물을 소화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프로그램 매물은 올 들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올 들어 쏟아져 나온 프로그램 매물만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물론 주식을 묶음으로 매매하는 비차익거래에서도 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연일 이어진 프로그램 매도공세로 인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서 쌓아놓은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3,000억원 대로 줄어들며 지난해 10월의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수가 조정을 받을 수록 프로그램 매매는 매도세가 잠잠해지고 일부나마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선물매도로 프로그램 차익매물 쏟아져=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매물이 집중된 이유는 외국인들이 현물과 달리 선물을 지속적으로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을 4,765계약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올 들어 모두 1만4,500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했으며, 지난 12월물 만기 이후 누적 포지션이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이 같은 선물 매도로 현물과 비교한 선물의 고평가 폭이 줄어들면서 저렴해진 선물을 사는 대신 현물을 파는 프로그램 매도가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 배경으로 ▲지난해 매수포지션의 이익실현 ▲주가연계증권 만기에 따른 선물매수분 청산 ▲보유 현물에 대한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관 환매 따른 비차익매물도 부담=프로그램 비차익 매도의 경우 지수가 850선을 넘어서며 쏟아지고 있는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 물량에다 연기금 아웃소싱 펀드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재하 국민연금 주식운용팀장은 “올해 1조원의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현 지수대는 잠시 쉬어갈 수는 있지만 매도를 하긴 이른 시점”이라며 “하지만 투신사들에 맡긴 아웃소싱 펀드는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850포인트 이상에서 적극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주가상승에 따른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 압력도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기관들의 매도세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투증권은 지수가 850포인트를 넘어섰던 지난 2002년 3월~5월 투신사의 순수주식형 설정잔액이 2조3,000억원 가량 증가했는데, 최근 주가상승으로 이 자금의 환매욕구가 커지고 있어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수 추가 조정시 프로그램 매수전환 가능성=전문가들은 앞으로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경우 바닥까지 떨어진 매수차익거래 잔액을 감안할 때 추가로 나올 매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비차익 매물의 경우 당분간 매도기조가 지속되겠지만 지수의 조정이 이어질 경우 매도강도는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 매물부담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만약 지수의 조정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해 지수의 하방경직성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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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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