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만이 살 길-시리즈(1)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신약 제조기술 등을 들여오거나 특허 만료된 약을 베끼기에 급급했던 국내 제약업체들이 최근 각종 신약과 신물질ㆍ제법을 잇따라 개발, 해외에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내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물질특허가 해제된 다국적업체의 신약, 소위 오리지널의 제형(주사약, 알약 등)을 바꾸거나 제조방법을 개선해 약효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제네릭(Generic) 부문.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제네릭이 높은 가격에 역수출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제약업체들이 이처럼 신약, 신제법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엇보다 높은 부가가치 때문.
신약의 경우 같은 종류의 화학원료에 비해 1,00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가지며, 1g의 가격이 금보다 350여배나 비싼 것도 있다. 오리지널을 물리치고 수십억~수백억달러 세계시장을 물갈이할 제네릭을 다국적기업에 수출, 엄청난 계약금과 로열티를 챙길 수도 있다.
종근당은 21일 차세대 항암제로 개발해온 CKD-602를 미국 ALZA사에 3,000만달러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스미스클라인비참사와 궤양치료제 YH1885를 기술수출료 1억달러, 상품화되면 2016년경까지 순매출의 10% 가량을 로열티로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항응혈제와 퀴놀론계 항균제ㆍ항생제를 미국의 워너램버트, 영국의 스미쓰클라인비참사에 수출했다. 항생제 '팩티브'는 미국 FDA로부터 신약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제일제당은 패혈증을 유발하는 녹농균 백신에 대한 임상 2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중 상품화할 계획이다. 백신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 국산 2호 신약이 된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치료제 L-FMAU를 미국 트라이앵글사에 기술수출, 지금까지 1,350만달러를 받았다. 이에 앞서 한미약품은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전 제제기술과 세계시장 판권을 수출, 계약금 1,400만달러의 계약금과 함께 매년 600만달러의 해외판매 로열티, 국내매출액의 15%(올해 약 240만달러)를 받고 있다.
다국적업체들이 갖고 있던 주요 신약의 물질특허가 만료돼감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기술수출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약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6~98년중 연간 매출액이 2억달러를 넘는 신약의 물질특허만료건수는 14건에 불과했으나 99~2001년 중에는 26건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세계 상위 50대 제약업체의 전체 신약개발과제 중 기술도입을 통한 신약개발과제의 비중은 96년의 33.3%에서 98년 38.5%로 확대됐으며, 올해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약분업 실시로 헐값 납품경쟁을 하던 카피약이 설 자리를 잃은 반면, 다국적기업의 오리지널(국내업체의 라이센스 생산제품 포함)이 없어 못팔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제약업체들을 연구개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약효와 품질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기술수출에만 안주하는 것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찮다. 이들은 "국내업체들의 경우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마케팅 노하우가 없고, 해외에서 임상 3상시험까지 마치는 데 필요한 엄청난 비용(약 1,000억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세계적인 제약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중국, 동남아를 발판으로 글로벌 마케팅능력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물질특허에 대한 기술수출은 대부분 전임상이나 1,2상 임상시험 단계에 이뤄지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며 "상업화에 실패할 경우 계약금과 일부 중도기술료만 받고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임웅재기자
입력시간 2000/11/2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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