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늬만 포장이사'

계약 일방취소·정리도 부실 소비자 골탕"지난 1월 65만원을 주고 포장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리한 후 확인해 보니 쌀독(6만원 상당)이 없어지고 결혼 선물로 받은 찻잔과 그릇이 깨지고 침대 장식물이 일그러졌더군요."(서울 서초구 방배동 33세 주부) "이사 후 냉장고 문짝이 찌그러지고 장식장 바닥에 금이 가 있었어요. 물건이 파손되면 보상을 받기로 하고 계약했기 때문에 회사측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뤄 소비자보호원에 조정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서울 서초구 방배동 45세 주부) "5명의 인부를 보내준다고 약속했지만 4명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2명은 50대로 이삿짐은 처음 다뤄보는 것 같았어요. 그들은 정리를 채 마치지도 않고 웃돈까지 요구, 싫은 소리를 하기 귀찮아 3만원씩 더 줬습니다."(서울 양천구 목동 32세 주부) 본격적인 이사 철을 맞아 맞벌이 부부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적지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포장이사 전문업체를 찾고 있지만 '무늬만 전문업체'가 많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포장이사 시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피해는 ▦이삿짐 파손이나 분실 ▦일방적인 계약취소 ▦정리정돈 불성실 ▦계약 외 웃돈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반 이사의 경우 5톤 화물차 한 대 기준 비용이 40만원(40㎞ 기준) 정도지만 포장이사는 이보다 훨씬 비싼 평균 60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준은 형편없어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한 김모(39)씨는 집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준다는 회사측의 말만 믿고 80만원에 계약을 했지만 장롱 등 기본적인 가구조차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 온 가족이 이틀을 꼬박 보내면서 다시 배치했다. 그는 "이것을 포장이사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만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소재 포장이사 전문업체 이모(50) 사장은 "이사철인 3~4월에 적절한 수준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무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 등을 통한 피해사례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생활문화팀 관계자는 "3월 들어 이사와 관련된 피해보상 상담은 하루 평균 15~20건에 달하고 있다"면서 "그 중 15건은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고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보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조사 결과 소비자의 50% 이상이 이삿짐 파손이나 분실 등을 경험했지만 그 중 76%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업체의 상당수가 '피해보상이행보증'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확실한 증거마저 없어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드물지만 계약금을 받은 영업사원이 종적을 감추거나 업체가 문을 닫고 종적을 감춰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포장이사 전문업체 관계자는 "업체 선택 시 비용이 지나치게 싸다면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보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포장이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주요 물품과 운임단가 등을 정확히 산정한 견적서와 운송차량 종류, 작업인원 장비사용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사 후 14일이 지나면 법적책임을 묻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또 다른 증거를 확보, 최단 시일 내 보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장이사 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구두계약을 피하고 주요 물품과 운임단가 등을 정확히 산정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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