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DNA 토정비결' 시대 온다

『DNA 토정비결 보셨습니까? 앞으로 걸리게 될 간암, 당뇨, 에이즈 등 각종 질병을 미리 예측해 줍니다.』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점쟁이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몇년 앞으로 다가온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 얘기다. 특히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칩이 등장하면서 「DNA 토정비결」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인간의 정보는 모두 유전자(DNA)에 담겨 있다. 유전자가 잘못되면 암을 비롯해 각종 유전병에 걸린다. 내가 치매에 걸릴지, 머리가 벗겨질지도 유전자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가 갖고 있는 유전자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만 알면 내가 걸릴 병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쉽고 빠르게 해주는 것이 DNA칩이다. DNA칩은 컴퓨터에 들어가는 회로가 아니다. 1.2㎠의 좁은 유리판 위에 수많은 유전자를 쌓아 올린 고밀도 유전자 검색판이다. 짚신도 제 짝이 있듯이 DNA도 짝이 있다. DNA칩 위에 들어 있는 유전자도 짝이 있다. 똑같거나 비슷한 유전자하고만 결합한다. 제 짝만 고집하는 유전자 덕분에 질병이나 돌연변이를 검색할 수 있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질병이나 돌연변이 유전자를 DNA칩과 반응시켜 보자. 정상 유전자와는 다른 반응 형태를 보인다. 우리 몸에 문제가 있다는 유전자지도가 DNA칩 위에 나타난다. 이 유전자 지도를 통해 암, 에이즈, 페렴, 백혈병, 다운증후군 등 수많은 질병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DNA칩 검사로 자신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피하고,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맞는 맞춤 의약품을 먹을 수도 있다. 미국이 가장 활발하게 DNA칩을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애피메트릭스라는 회사는 1만개의 유전자가 담긴 DNA칩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나노젠, 인사이트 파머수티칼 등 수많은 생명공학회사들이 DNA칩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을 중심으로 DNA칩이 개발되고 있다. DNA칩이 DNA를 이용해 병에 걸릴지 알아내듯이 「유전자 치료」는 처음부터 고장난 DNA를 고쳐 병을 치료한다. 우리가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병에 걸린다. 정상 유전자를 몸에 넣어 문제의 유전자와 교체하면 병이 나을 것이다. 이것이 유전자 치료다. 이 치료에 바이러스가 이용되기도 한다. 바이러스 속에 정상 유전자를 담아 환자의 몸 속에 넣는 것이다.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치료도 하게 된다. 병주고 약주는 셈이다. 98년 12월 미국의 토머스제퍼슨 대학 윤경근박사는 유전자 변이로 온 몸이 흰색인 쥐의 유전자를 치료해 검은 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쥐가 하얗게 된 것은 멜라닌 유전자가 고장났기 때문. 尹박사는 고장난 유전자를 수리해서 다시 검은 쥐로 만든 것이다. 아직 인간의 유전자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대부분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의 유전자는 10만개. 그중 기능이 밝혀진 것은 8,000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인간의 DNA가 갖는 유전정보를 모두 밝혀내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2003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이 때 쯤이면 유전자의 구조가 다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기능까지 밝혀낼 것이다. 설날 토정비결을 보는 것처럼 그때는 태어나자마자 「DNA 토정비결」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과학문화지원단 성낙환 연구원 DNA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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