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과 보다 숙제 안긴 노 대통령 방일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중의원 연설을 마지막으로 3박4일간의 일본방문 일정을 마치고 9일 귀국했다. 이번 방일에서 노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의 방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다양한 일정으로 다양하게 일본인과 접촉했다. 다만 방일 날짜 택일은 우리측의 실수라고 치더라도, 유사법제안의 처리, 창씨개명 망언 등 일본의 처사는 초청국으로서 예의를 결한 것이었고, 그로 말미암아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의 의미와 성과를 퇴색시킨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전후세대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일이었고, 구체적인 현안타결 보다 상호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한 상견례 성격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일본인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장 역점적인 메시지는 `동북아 중심시대`의 구축이었다. 이 제안은 일본측으로부터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했으나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미래질서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이번 방일에서 최대 현안이었던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청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도 결국은 동북아시대의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북한 핵 대응책에서 양국간에 일부 견해차이가 노출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것이다. 우리가 대화를 앞세운 데 비해 일본은 압력을 강조했으나, 일본측이 압력도 대화를 위한 수단임을 인정한 것은 성과다. 결국 북한의 핵 보유 및 사태악화 불용,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대 원칙에 한미일 3국이 합의를 이룬 셈이다. 과거사 부문도 전체적으로 너무 미약하게 대응했다는 국내적인 비판을 의식해 노 대통령은 중의원 연설을 통해 “일본의 유사법제처리와 평화헌법 개정논의에 대해 불안과 의혹이 겹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보다 분명하게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양국관계가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가야 함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한일FTA의 문제는 동북아 시대를 이루기 위한 경제적 기반이다. 그것은 또 한중FTA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유리한 면도 많다고 할 것이다. 다만 무역불균형 문제나 기술ㆍ투자이전 등에서 일본의 협조가 요구되고 있다. 한중일의 동북아 시대는 이들 3국의 발전단계 및 정치ㆍ경제 등 제도의 차이로 인해 달성이 쉽지않은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유사점이 많은 한일 양국부터 우선 협력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합당하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성과보다는 과제를 더 많이 안겨준 여정이었다. 방미 방일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 4강 외교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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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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