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16일] 촛불의 끝은 어디인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지난 5월2일 시작된 촛불집회가 장기화되고 있다. 40여일간 계속된 촛불집회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어린 학생들까지 몰려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민들이 안전성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면서 여론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집행 과정도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이런 면에서 촛불집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촛불집회가 당초의 순수함을 잃고 있어서 우려된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대정부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들은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건설, 교육개혁 등 정부 정책 전반에 걸쳐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도 총파업을 무기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집회장에서는 ‘대운하 반대’ ‘민영화 반대’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만일 정권퇴진의 상황이 정말 온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볼까. 최근 우리 경제는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고유가 등으로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물류가 마비되면서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나라 안팎의 악재들을 보고 있노라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촛불집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권이 퇴진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는 상황이 전개되면 피해를 많이 보는 쪽은 당연히 가진 것 없는 일반 서민들이다. 촛불집회는 40여일 동안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부분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정부가 뒤늦게 쇠고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국과 추가 협상에 나섰고 국민들과의 소통 부재로 곤욕을 치렀던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쇄신에 착수했다. 촛불집회는 이것으로 된 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정권을 내놓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선의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정부가 더 이상 국민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경고를 주는 선에서 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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