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올 들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가동률 하락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완성차 업체들의 영업적자는 물론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률은 평균 47.8%로 업계 손익분기점 가동률(60~65%)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 가동률은 정상적으로 가동했을 때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에 대한 실제 생산량의 비율로 자동차 업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러나 가동률이 이익을 낼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업체들이 그만큼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월에는 설 연휴가 겹친데다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량 관리를 위해 업체들이 조업 단축에 들어가 가동률은 더욱 저조했다.
지난달 법정관리 신청으로 공장 문을 거의 닫다시피 한 쌍용차는 가동률이 10%에 머물러 국내 자동차 산업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 호조로 가동률 99%에 달했던 GM대우는 56%를 기록, 절반가량 급감했고 기아차도 28%포인트 하락, 47%로 뚝 떨어졌다. 66%로 손익분기점에 턱걸이하던 르노삼성도 45%를 기록했다. 지난해 3ㆍ4분기까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동률이 95%에 달하던 현대차도 75%대에 그쳤다.
이처럼 설비 가동률이 평균 손익분기점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영업적자 또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5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낸 기아차는 1ㆍ4분기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LIG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1ㆍ4분기에 기아차가 매출액은 3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7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ㆍ4분기 기아차의 설비 가동률은 53%에 그칠 것"이라며 "현대차 역시 1ㆍ4분기 가동률이 75%에 머물러 전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9% 줄어든 2,17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익성 악화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까지도 80%에 달하던 손익분기점 가동률을 60%대로 떨어뜨린 것은 최대한 원가 절감을 했다는 것이지만 이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남은 것은 인력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완성차 5개사가 600만대의 생산체제 인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동률 하락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업체의 수요를 빼앗기 위한 치킨게임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