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입품 안방살림 점령 “확산”

◎일부 부유층 사치품서 서민층 필수용품으로/가구·가전·주방용품 등 점유율 급증/어린이용품 심각 대책 시급우리네 안방살림이 수입외제품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칫솔·비누 등 세면용품, 화장품,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주방용품, 가구 등 욕실에서부터 거실, 주방에 이르기까지 수입품들이 국산품을 밀어내고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20층짜리 H아파트의 경우 1개라인(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양쪽에 있는) 40가구 모두 가스오븐레인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산품을 쓰는 집은 단 두가구일뿐 나머지 38가구는 캐로릭·매직세프(미제) 등을 갖고 있다. 특히 이들중 6가구는 냄비5개 1세트에 70만원하는 독일제 스테인리스 식기 휘슬러를 최근 방문판매원으로부터 동시에 구입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S아파트 P모씨(48) 집에 있는 생활용품중 조금 중요하다 싶은 것은 거의 외제품이다. 가구는 프랑스제 모네, TV와 VTR는 일제 소니, 냉장고는 미제 월풀,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는 독일제 아에게(AEG)다. 외제품의 물결은 우리네 일상생활 구석구석 안파고든데가 없는 실정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브라운·필리셰이브·질레트 등의 면도기로 면도를 한 후 콜게이트치약과 아이보리 비누로 양치질과 세수를 하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폴로·아라미스·샤넬·게를랭·에스티로더 등의 화장품으로 얼굴을 다듬고 오일릴리·막스마라·예거·버버리 등의 외제의류를 입는 일도 이제는 아주 흔한 일이 돼 버렸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L모씨(34)는 『1∼2년전만 하더라도 진짜 버버리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가 아주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버스·지하철안 등 어느곳에서나 아주 쉽게 볼 수 있다』며 『친구들 집에 나들이해보면 외제품 사용이 정말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웬만한 집이라면 가전제품이나 주방용품중 서너개의 외제품은 갖고 있다. 쌍동이칼(독일), 아이와 카세트(일제), 필립스 다리미(네덜란드) 등은 국산품만큼이나 흔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실정이다. 또 휘슬러·퍼펙트 등의 독일제 냄비와 커피잔·접시 두개에 10만원씩 하는 앤슬리·로열알버트·웨지우드(영국제), 노리다케(일제) 등의 그릇세트도 빠른 속도로 우리안방과 주방을 파고들고 있다. 어린이용품도 마찬가지다. 50만원이 넘는 미국프로농구(NBA) 유명선수의 사인볼이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고 외제 학용품 하나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는 주눅이 드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우리안방을 점령한 외제품의 무서운 기세는 통계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내수용 소비재 수입은 전년같은 기간에 비해 1백38억달러로 전년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4·3% 증가했다.(한국은행통계) 이에대해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강광파 상임이사는 『일부 과소비층의 자기 과시용 외제선호 소비행태가 보통의 소비자들까지도 부추기고 있다』며 『근검절약하는 정신과 우리기업들의 품질향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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