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깊어지는 침체 골…멀어지는 조기 회복 기대

■ 하반기까지 '마이너스 성장' 전망 잇달아<br>상당수 국내 증권사들 3분기까지 역신장 전망<br>하반기 지표 나아져도 기저효과로 큰 의미없어<br>V자형 회복은 물건너가…W·L자형 그릴 가능성



미국의 경기침체와 국내 실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6%라는 충격적인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올 2ㆍ4분기 이후 경기가 미미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꺾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국내 증권사들 상당수는 우리 경제가 3ㆍ4분기까지 역신장을 이어가면서 연간 성장률도 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경제전망 수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민간 경제연구기관들도 마이너스 전망 추세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회복의 기대시점은 점차 늦춰지고 있다. 설령 하반기 성장률이 지표상으로는 플러스를 기록하더라도 기준시점과 비교한 이른바 ‘기저효과’에 따른 것일 뿐 실질적인 체감 경기의 마이너스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V자형 회복’은 이미 기대 밖=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28일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기가 V자형으로 회복되는 것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금은 국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가 맞물린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 상황으로 “(경기가) 하반기에 조금 나아질 수 있다가도 다시 나빠지게 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해 많은 민간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상저하고’에 따른 ‘U’자형 경기 흐름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처럼 경기가 일시적 회복 뒤에 다시 악화하는 ‘W’자형이나 ‘L’자형을 그릴 가능성이 최근 들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희석되는 이유는 국내외 경기침체 속도에 좀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ㆍ4분기의 전년동기 대비 GDP 성장률은 -5.6%로 곤두박질쳤고 경기회복의 전제조건인 미국 경제는 부동산경기의 끝없는 추락과 함께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연구본부장은 “이미 시장의 힘으로 성장과 고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조기 회복의 기회를 모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성장 3ㆍ4분기까지 이어진다=올 초까지만 해도 1ㆍ4~2ㆍ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형성하다가 3ㆍ4분기부터 서서히 개선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은 최근 한은의 GDP 발표 이후 사실상 힘을 잃었다.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의 근거 없는 비관론으로 일축되던 2009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국내 증권사들에 이어 민간 경제연구기관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의 경제전망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진데다 회복 기대시점이 수개월씩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경기가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개선 시점이 3ㆍ4분기에서 4ㆍ4분기로 지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1ㆍ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4.4%로 저점을 찍은 뒤 2ㆍ4분기 -2.0%, 3ㆍ4분기 -0.9%로 역신장을 이어가다 4ㆍ4분기에 기저효과로 인해 4.6%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연간 성장률을 가늠할 주요 관건은 3ㆍ4분기 성장률”이라며 “현재로서는 3ㆍ4분기까지 역신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오는 2월 초 올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지표개선 사실상 의미 없어=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지표 개선에 사실상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경기가 워낙 가파르게 악화된 탓에 수치상으로는 4ㆍ4분기 중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 경기회복을 체감하는 것은 2010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올해 최악의 실업난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경제지표 개선이 곧바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배 본부장은 “경기위축의 핵심요인인 미국 부동산가격이 아직 바닥을 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국내 구조조정과 부동산 버블 등 내부적인 불안요인이 아직 해소 과정을 겪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체감경기 개선은 올해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나타나는 경기개선은 기술적 반등요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팀장도 “고용이나 설비투자가 국내 자체적으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미국 주택시장과 소비흐름이 하반기 이후 개선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깊어지면서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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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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