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관세 WTO제소 승소해도 ‘상처뿐인 영광’ 우려

미국 등에 대한 수출차질로 하이닉스의 경영정상화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44.71%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하이닉스가 미국에 반도체를 직수출하는 길은 사실상 봉쇄됐다. 더욱이 유럽연합(EU)도 오는 8월말 하이닉스 반도체 수출에 대한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할 예정으로 있어 미국 뿐만 아니라 EU에 대한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4월 잠정 판정을 통해 33%의 상계관세 부과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 최종판정에서 결정되는 상계관세율이 잠정판정에 비해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마지막 수단=정부는 일단 미국을 WTO에 제소할 예정이다. 물론 7월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하이닉스의 반도체수출이 미국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결정하면 이번 상무부의 최종판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래서 WTO 제소는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WTO 제소에서 승리를 거둔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그칠 수 밖에 없다. 보통 WTO 제소를 통해 회원국의 분쟁이 해결되는 데는 12~15개월이 걸린다. WTO 분쟁해결기구가 우리의 손을 들어줘도 미국이 미적거리면서 이행시기를 늦춘다면 하이닉스의 대미수출중단은 2004년이후로 장기화될 수도 있다. ◇하이닉스의 직수출 적어도 내년까지는 어려워=현재로서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하이닉스의 대미수출은 중단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상무부가 예비 판정을 통해 57.37%의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후 미국 수출을 중단했다. 이런 엄청난 관세를 부담할 경우 수출할수록 손실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이닉스의 미국에 대한 반도체 직수출규모는 1억2,000만달러로 전체 대미수출(4억6,000만달러) 가운데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번 상계관세 부과결정으로 적어도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유진 현지공장에서 가공된 웨이퍼를 국내에서 조립해 미국으로 다시 수출하거나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을 늘릴 경우 피해규모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수출 확대로 전체 수출은 줄지 않을 듯=정부는 하이닉스의 직수출이 봉쇄된다해도 삼성전자의 수출물량은 늘어나면서 전체 대미 수출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미국 D램 시장 점유율은 ▲2000년 23.7% ▲2001년 28.9% ▲2002년 34.4%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미국의 상계관세부과는 자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제소로부터 시작됐다. 마이크론의 능력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을 할수록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따라서 이번 최종 판정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대미 수출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의 수출이 차질을 빚어도 삼성전자의 수출물량이 늘어 전체 수출실적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관련기사



정문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