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출신 외국인 총장으로 각광을 받았던 로버트 러플린(사진)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한국과 맺어온 공식적인 관계가 3월 말로 모두 종료된다. 28일 과학기술부와 아태이론물리센터, 포항공과대학(포스텍) 등에 따르면 러플린 전 총장은 지난해 7월 KAIST 총장에서 물러나 미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로 다시 돌아간 뒤에도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연구소인 아태이론물리센터 소장직과 포항공대 석학교수직을 유지했었다. 지난 2004년 7월 KAIST 총장으로 취임하기 넉달 전 임기 3년의 센터 소장과 포항공대 석학교수를 이미 겸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두 기관에 따르면 러플린 전 총장은 KAIST 총장에서 물러난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한국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공대 교무과의 한 관계자는 “러플린 전 총장의 석학교수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되는데 재임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포항공대 측은 학문 교류 차원에서 러플린 전 총장이 포항공대를 직접 방문하는 것을 전제로 1년에 최대 30일까지 하루 1,000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석학교수 약정을 맺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한번도 학교를 찾지 않았다. 아태이론물리센터 측도 오는 31일 12개 아태 회원국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공대에서 이사회를 열고 러플린 현 소장의 후임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승환 센터 사무총장(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은 “러플린 소장이 연임에 대한 의지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새 소장을 뽑는 31일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러플린 전 총장은 2004년 3월 포항공대 석학교수로 한국 과학계에 처음 등장한 뒤 그해 7월 KAIST 총장으로 취임해 과학계는 물론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에게는 늘 ‘국내 최초 국립대 외국인 총장’ ‘국내 최초 노벨상 수상자 대학 총장’ ‘국내 1호 석학교수’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그러나 KAIST 총장 취임 이후 ‘사립화’와 ‘종합대학화’ 등 그가 내놓은 개혁 방안들이 교수 등 내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결국 그는 임기 4년의 절반만 채운 채 중도하차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