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백산맥' 이적성 시비는 분단비극"

작가 조정래씨 밝혀

"할 말이 없습니다. 작가 의도와 다르게 작품을곡해해 생긴 일이니 처음부터 말이 안 된 일이죠. 이것도 분단비극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대표적 장기 미제로 꼽혀온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국가보안법 고발사건이 조만간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작가 조정래(62) 씨는 28일 "지난 24일 검찰로부터 몇 가지 기사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보내줬다"고 밝혔다. '태백산맥' 고발사건은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모씨와 '구국민족연맹' 등 8개 단체가 저자인 조정래 씨와 출판사 대표를 국보법 위반 및 명예훼손혐의로 고소ㆍ고발한 사건. 책의 일부 내용이 이승만 정권을 친미괴뢰정부로 묘사하고 빨치산 활동을 미화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기에 이적성을 띤 것으로봐야 한다는 것이 고발의 취지였다. 이에 대해 작가는 "3인칭 기법으로 분단과 좌우 이념대립의 현실을 진솔하게 표현하려 한 것일 뿐"이라며 소설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위를 놓고 이적성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태백산맥'은 이적성 논란 속에서도 수백만 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경찰대에서 '권장도서'로 선정했을 정도로 우리 현대사의 비극과 민중의 아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수작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 소설은 1990년 '시사저널' 조사에서 '한국 최고소설', 1996년 동아일보 독자 1천200여 명이 뽑은 최고소설, 1999년 중앙일보의 '20세기 명저 20권'에 선정된 바 있다. 조씨는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자동으로 사라질 사건이지만 검찰이 스스로 마무리짓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고발자가 있어 조사하지 않을 수 없던 검찰로서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며, 이 때문에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소.고발상태에서 매일 감시를 당하고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 '아리랑'과 '한강' 등 대하소설 두 편을 더 썼다"며 작가로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적성 시비는) 분단상황에서 겪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비극이고,작가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고통이자 소화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는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고발자인 6.25 참전자나 베트남전 참전단체 등은 개인적 상처나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그들에게 객관적 이성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여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임기 전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0년 간 미뤄온 '태백산맥'의 이적성 시비를 검찰이 어떻게 마무리할지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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