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앙은 독립이냐 감독권 상실이냐/기로의 한은 숙연한 창립행사

◎금융개혁따라 미래 결정/“재경원안 절대 불가”/47돌 기념식장 긴장감한국은행이 금융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에서 12일 47번째 생일을 맞았다. 한은은 지금 독립의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면서 동시에 은행감독권은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를 맞은 처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은은 이날 별다른 움직임없이 연례행사를 되풀이하는 모습이었다. 저축표어 반세기전 전시회, 고화폐 전시실 개방 등의 행사와 간단한 기념식, 역대 총재 및 은행감독원장 등을 초청한 리셉션을 개최했을 뿐이다. 이날 하오 본점 신관 1층로비에서 열린 리셉션에는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역대 재무장관, 한은총재, 은행감독원장, 금융통화운영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경식 한은총재는 리셉션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당면이슈로 대두되고 있으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실을 맺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며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부총리는 직접 부딪치지 않고 『중앙은행이 발전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덕담과 함께 건배를 제의했다. 리셉션에서의 화기애애한 모습과는 달리 이날 한은은 완전독립과 은행감독기능의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아 힘겨운 전투를 벌이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결의를 다지는 분위기였다. 이총재는 창립기념사에서 재정경제원이 추진중인 「은행감독기능의 완전분리」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총재는 『중앙은행 제도 개편의 요체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금융기관에 대한 적절한 지도·감독을 통해 신용제도의 건전성을 유지토록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은행의 경영건전성을 지도·감독하는 기능을 가지지 못하면 금융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크게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이총재는 특히 『최근 10여년간 세계각국에서 일어났던 1백50여건의 크고작은 금융위기 때 각국 중앙은행이 수행했던 역할들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의 금융기관에 대한 경영건전성지도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공식입장을 지키고 있지만 이날 창립기념식장의 분위기에선 결연한 비장감이 감돌았다. 창립기념일을 맞아 지난 47년동안 고대해온 「독립」을 명실상부하게 쟁취하기 위해 전직원의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는 모습이었다. 중앙은행 독립을 둘러싼 「대격돌」을 앞두고 한은은 지금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싸여 있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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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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