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흥진의 할리우드 21]'돌아온 지옥의 목시록' 선전

49분 재편집, 극적 이야기 풍성한 짜임새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1979년에 만든 걸작 반전영화'지옥의 묵시록'이 상영시간 3시간16분짜리로 새로 만들어져 지난 3일 전미 대도시에서 일제히 개봉, 평론가들과 일반인들의 호평속에 선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31일 선보인다. '돌아온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Redux)이라는 이름의 이 영화는 코폴라가 과거에 찍은 필름을 완전히 새로 편집, 여지껏 볼 수 없었던 49분을 추가한 것이다. 1979년작이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돼 대상을 받았듯이 새 작품은 지난 5월 칸에서 첫 선을 보여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지난 88년 뒤늦은 개봉을 맞았던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과 인간의 광기를 천착한 괴이하고 대담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가 약한데다가 이빨이 빠지고 앞뒤가 안 맞는듯한 불균형감 그리고 끝부분의 철학적 혼란(특히 커츠대령역의 말론 브랜도가 입안에서 웅얼대며 늘어놓는 공포에 관한 얘기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등 때문에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 코폴라가 영화를 완전히 재편집함으로써 훨씬 이야기가 극적으로 풍성하고 구성도 짜임새가 있어졌으며 또 영화의 리듬에 질서가 잡힌 시와 철학과 액션이 있는 위대하고 경외스런 작품이 되었다. 추가된 부분중 가장 중요한 시퀀스는 20여분간 계속되는 미정보대소속 윌라드대위(마틴 쉰)일행이 건보트를 타고 메콩강을 북상하다 묵는 프랑스농장에서의 하룻밤. 윌라드대위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 부하 4명과 함께 군을 이탈한 뒤 캄보디아 정글내서 칩거하고 있는 미 육군대령 커츠를 제거하러 가는 중이다. 농장은 위베르(고 크리스창 마르캉)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프랑스인들이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데 이들은 제국주의의 망령들이다. 여기서 저녁식사에 초대 받은 윌라드는 위베르론부터 왜 미국은 프랑스의 식민역사에서의 과오를 배우지 못하는가라고 힐난을 당한다. 농장장면에 지극히 아름다운 것은 윌라드와 젊은 미망인 록산(오로르 클레망)의 하룻밤 로맨스. 대사 몇마디 없는 둘의 로맨스가 에로틱하고 그윽한데 이 농장부분은 근본적으로 암울한 영화에 향수감 묻은 감정적 안정감을 부여한다. 꿈꾸듯이 서정적이요 시적이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암흑의 심장'(Heart of Darkness)에 바탕을 둔 '지옥의 묵시록'은 관통할 수 없는 어두운 심장을 지닌 전쟁이라는 괴수와 이 괴수의 주술에 의해 감각과 감정과 이성을 제거당한채 광인이 되어가는 인간의 광기와 공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개인대 개인 내면의 악과의 대결에 관한 것이어서 매우 철학적이요 심리적이다. 전쟁의 무의미성과 비도덕성 그리고 비인간성을 정글의 질식할듯한 육감적인 무성함과 그것의 잠복하고 있는 위험을 배경으로 통절하니 아름답고 힘있고 심오하게 고찰한 작품이다. 이 영화보다 1년전에 나온 오스카 수상작품인 '디어 헌터'(The Deer Hunter)도 좋은 영화지만 일종의 전쟁찬양 영화로 폭력에 치중, 시성과 철학성이 결여됐다. '돌아온 지옥의 묵시록'을 보면서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영화인들이 얼마나 치열한 예술혼을 지녔던 가를 깨닫게 된다. 이제는 누구도 더 이상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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