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명숙 총리 체제와 책임총리

靑, 총리실 힘 실어주기 강화할 듯

한명숙(韓明淑) 총리 체제의 출범으로 향후 청와대와 총리실의 역할분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명숙 총리체제에서도 책임형 총리를 고수한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국정운영 기조 실현 여부는 청와대와 총리실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느냐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가 '책임총리', '실세총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 총리의 역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 대통령의 '힘 실어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한명숙 총리체제가 안정궤도에 오르기까지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안전운항'을 위한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노 대통령의 향후 국정구상과도 맞물려있다.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양극화 문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굵직한 대통령 과제 추진에 적잖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책임형 총리로 간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해찬 전 총리 때와 같은 청와대와 총리실의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역할분담이란 우선 총리실에 일반적인 정부정책의 조정 및 당정협의의 총괄사령탑 기능을 맡김으로써 내치(內治)라고 불리는 일상적 국정운영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상적 국정운영, 일반적인 정부정책에 관해서는 총리실을 지원하고 총괄적인 점검 활동만 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총리의 최고위 참모인 국무조정실장에 김영주(金榮柱) 전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전진 배치시켰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원활한 소통과 매끄러운 역할분담을 의식한 것이자, 한 총리가 여성.환경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정책적 역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미 제도적 경험이 있는 책임총리제, 청와대와 총리실의 역할분담을 어떤 방식으로 안착시키느냐이다. 이에 대한 결정적인 열쇠는 노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 총리가 '책임총리'를 감당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노 대통령의 가시적인 지원과 적절한 업무 위임이 없다면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책임총리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을 언급하면서 "각료들이 많이 도와달라"고 이례적인 당부의 말을 내놓은 것도 총리실의 입지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노 대통령은 이 전 총리와 했던 것처럼 매주 월요일 대통령-총리 주례 오찬회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소통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총리의 힘이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정기적인 회동 자체가 공직사회에 던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일상적 국정운영 외에도 특정 사안에 대한 총리실의 역할을주문하거나, 한 총리의 '정책적 결함'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인사를 통한 지원도 예상할 수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 시절 대통령은 그때그때 특정 사안이 있을 때마다 '총리실이 챙기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놓았다"며 "이런 방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총리체제는 '책임총리'라는 간판을 달고 출범하겠지만, 그 내용은 이해찬 총리체제 때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이해찬 총리체제는 각종 개혁정책을 도입, 제도적으로 착근시키는 '추진형 책임총리'였다면, 한명숙 총리체제는 기존의 정책을 안정 관리하는 '안정형 책임총리'임무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정'을 내세웠던 고 건(高 建) 총리체제와 같은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시의 '안정'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외부에 비쳐진 과도한 '진보', '개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당 또는 국회 원내 과반 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실천에 옮기려 했던 분권형 국정운영은 이해찬 총리체제를 거치며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한명숙 총리체제에서는 그 개념을 고수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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