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광화문광장 백남준 작품 한파·습기에 수난

지난달 개막 '빛의 축제' 위해 '거북선' 17일만에 이전설치<br>유리 구조물에 결로 생겨 TV모니터 등 작품 훼손 우려

광화문 광장 내 이순신 동상 앞에 설치된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설치작품 '프랙탈 거북선'.

유리로 외부를 감싼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 전시장 안에 강추위와 습기로 물기가 생기자 용역직원(점선내)이 대걸레를 이용해 수시로 닦고 있다.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설치된 고(故) 백남준(1932~2006)의 미디어 작품 '프랙탈 거북선'이 추위와 습기로 수난을 겪고 있다. 12일 오전, 기자가 광화문을 찾아 살펴 본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은 작품 외부를 감싼 유리구조물에 습기와 성에가 끼어 내부가 잘 안 보이는 상태였다. 때문에 근무자가 수시로 유리벽을 타고 흘러내린 물기를 대걸레로 닦아내고 있었다. TV모니터 349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기로 구동하는 전자제품으로, 습기와 결빙은 치명적인 훼손 요인이어서 미술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술계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12월 초부터 이전작업을 진행해 열흘만에 작품을 해체한 후 서울로 옮겨와 재설치 했다"라며 "대형작품을 조심스레 다루려면 17일 남짓한 기간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시 '빛의 축제' 개막과 함께 선보인 높이 4m 가로 10m 세로 16m의 이 작품은 3억원이 투입된 유리구조물이 외벽을 두르고 있다. 하지만 유리막은 눈(雪)만 차단 할 수 있을 뿐 습기나 안팎 기온차로 인한 성에를 막지 못하고 있다. 작품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문화재단 측은 "0도씨 이상으로 맞춰 얼지만 않으면 된다고 해서 난방기기를 가동하고 환기를 시켜 습기를 빼려고 애쓰고 있다"며 "축제 기간인 24일까지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시민 반응, 소장처 의견을 살펴 연장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남준아트센터의 이수영 큐레이터는 "외부기온이 낮고 눈까지 많이 내린 경우 습기가 내부로 침투해 물기가 생긴다"며 "때문에 50% 정도의 습도를 맞추기 위해 습도조절 보조제를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백남준 작품의 모니터는 고장이 날 경우 교체가 불가피하므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작품 소장처인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광화문 설치를 기획한)서울문화재단에 관리 점검표를 받을 것이고 다음주 현장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추위 때문에 결로현상이 걱정되기는 했다"고 말했다. 공공미술 전문가인 문화평론가 홍경한씨는 "세종로라 세종대왕 동상을 세우는 단순한 발상처럼 이순신 장군상 앞이라 거북선을 세운 것은 이벤트성 볼거리에만 집착한 결과"라며 "백남준 작품의 맥락과 대중과의 조화를 신중히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빛의 축제'가 끝나면 '프랙탈 거북선'은 대전시립미술관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작품은 백남준 작가가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해 특별 제작한 것으로 국내 소장된 그의 비디오아트 중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에 이어 두번째로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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