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학자금 대출 갚느라 청춘 다 지나가"

김동연 재정부 차관 만난 대학생들 한탄 쏟아내<br>"국가장학금 조건 까다로워… 정책 기획보다 집행 챙겨야"


"빚 갚다가 아까운 청춘이 다 지나갑니다. 시들어가는 꽃처럼 제 자신이 서글퍼지네요."

6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이 국가장학금 집행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단국대에서 대학생들의 한탄과 한숨이 쏟아졌다. 높은 등록금 때문에 쌓여만 가는 빚,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린 취업, 20대 젊은이들은 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현실에 몸서리 쳤다.

이 학교 취업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지씨는 "실제 장학금이 필요한 서민계층 자녀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휴학을 해 성적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국가 장학금을 지원 받으려면 최소 B(상위 80%) 학점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영문과에 다니는 김유미씨는 "예전에는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줬는데 취업 후 학자금 상환대출(ICL)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괄적으로 3.9%의 이자를 물린다"며 "대출이자 갚기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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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과에 재학 중인 백인철씨는 "예전에는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있었는데 국가장학금에 통합돼 없어지면서 되레 부담이 커졌다"며 "후배에게 등록금 모으느라 힘들게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 250만원가량인 장학금을 타라고 조언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학생들의 하소연과 넋두리에 할말을 잃었던 김 차관은 "집행 과정에서 미흡한 점은 보완하겠다"면서 "현재 B학점 이상을 받는 학생이 대학생의 80% 정도되고 국가 장학금이니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20대의 팍팍한 현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주문도 줄이었다.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손정아씨는 2년제 전문대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친구의 얘기를 전하며 "12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아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고 월세와 생활비도 내야 한다"며 "빚 갚느라 20대를 다 보내도 자산은 결국 0(제로)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정책 기획보다 집행과정을 더 꼼꼼히 챙겨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김유미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 신청했고 선정이 돼서 기뻤다"면서도 "실제 가보니 대학 근처에는 주택이 없고 계약 체결기간이 길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이었다.

이에 대해 김동연 차관은 "여러분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시간과 돈을 들여 정책을 집행했는데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 정책실패라고 생각하고 또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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