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차 남북경협회의(11월15일)

1984년11월15일 판문점에서 남북이 마주 앉는다. 제1차 남북경제협력회의. 분단 후 최초로 경협회의는 의외의 성과를 낳았다. 공동성명은 없었지만 남과 북은 서울과 신의주간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2차회담(12월5일) 일정도 잡았다. 북한이 지원한 수해복구 물자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지 두달 후의 일이다. 보름 후인 20일 서울서 남북적십자회담(8차)이 중단 7년 만에 재개됐다. 부푼 꿈이 일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계절과 달리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정치로 막힌 남북관계를 경제로 풀자’는 논의도 무성했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뀐다. 11월23일 소련인 관광객의 판문점을 통한 망명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한 지 닷새 후인 28일 북한은 2차회담 일정의 연기를 통보한다. 이듬해 4차례에 걸쳐 회의가 속개됐지만 결과는 평행선의 확인이었다. 남과 북의 계산은 서로가 달랐다. 정권 세습과정을 밟고 있던 북한은 대남 수해물자 지원을 계기로 경제적으로 자신들이 우위라는 점을 대내에 선전할 필요가 있었다. 강압통치로 일관한 5공 정권 역시 통일과 남북협력을 내부통치용으로 이용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남북이 함께하는 횟수가 늘어났지만 고비 때마다 잠수함 침투 사건, 북한 핵문제가 불거졌다. 경협도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첫 회의에서 쉽게 합의한 경의선 철도 연결공사의 착공식이 열린 것은 2002년9월18일. 공사는 이미 완료돼 시범운행을 위한 개통식만 남긴 상태다. 남북은 개통식 일정과 참가범위를 놓고 실랑이 중이다. 29년 전 오늘 제1차 남북경협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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