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천국을 만들자/2부] 30대 재벌 규제완화 가능할까

진부총리 정책변화 암시 불구 '구조조정 퇴보' 반론도 많아30대재벌 규제제도가 정부의 2단계 규제완화 작업대에 올랐다. 8월말까지 정부와 재계가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토대로 마련키로 한 2차 규제완화에는 공정거래법상의 재벌규제도 예외가 아니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와 관련, 앞으로 재벌정책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진 부총리는 지난 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사외이사제와 집단소송제등이 도입되면서 재벌의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운을 뗀 뒤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기본틀이었지만 최근 변화된 환경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자산총액 기준으로 30대기업집단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잘못 "이라며 "기업의 지배구조나 소유구조 경영형태와는 상관없이 절대규모만을 잣대로 규제하는 현실은 맞지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투자를 늘리고 신규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경영에 족쇄를 채워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30대재벌 규제개혁 방향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번째는 공정거래법상의 30대재벌 규제장치는 그대로 두되 '30대기업집단지정제'에 근거한 20여개 다른 법률을 고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공정거래법을 수술하는 일이다. 현재로선 현실에 맞지않는 다른 법률을 고치는 한편 공정거래법도 부분조정하는 절충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관심의 초점은 30대기업집단지정제를 어떻게 손질할지 여부. 일단 재계가 요구하는 30대를 5대 또는 10대로 축소하는 방안은 공정위가 워낙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실현가성은 낮은 편이지만 진 부총리의 지적처럼 규제대상 재벌을 자산이라는 양적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소유ㆍ지배구조등 질적측면에서 선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규제대상이 30개그룹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의미에서 본다면 지난 1일자로 계열 분리된 현대건설(자산순위 14위)와 하이닉스반도체(8위)는 기업지배ㆍ소유구조나 경영투명성등을 감안할 때 종래와 같은 '재벌'로 규정, 각종 규제를 가한다면 불합리하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벌규제개선은 '재벌정책 후퇴'내지는 '구조조정 퇴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완화의 목소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진 부총리는 정재계의 합의에 따른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여론의 반대로 70%밖에 손질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바 있다. 공정위는 아직까지는 재벌의 경영형태가 크게 변화된게 없어 30대기업집단제를 손볼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도입된 기업지배구조 개선제도가 실효성있게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 집중투표제는 정관상 배제할 수 있도록 했고 허용한 기업마저도 실시한 사례가 없다고 공정위는 지적한다. 특히 30대그룹 517개회사중 421개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했고, 4대그룹 소속 상장사 모두 이를 채택하지 않고있다. 또 대표소송등 소액주주권 행사요건 완화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와 해외펀드등을 제외한 순수 소액주주들의 '반기'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사외이사제마저도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 집중화된 소유구조 때문에 독립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고, 경영전문성보다는 저명인사 위주로 선임돼 이사회참석이 저조하고 소극적인 의견개진등으로 견제가 미흡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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