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北 노동신문, 김정은 권력세습 임박 시사

선군혁명 50주년, 당 대표자회 앞두고 세습 정당성 강조 詩 게재<br>美 의사 "김정일, 뇌졸중 후유증으로 왼쪽 공간 인식 못할 수도"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내달 초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 후계'를 암시하는 시(詩)를 실어 세습체제가 한층 구체화될 전망이다.

특히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에서 조직지도부 비서로 추대돼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선군혁명 영도 50주년'(8월25일)을 사흘 앞둔 22일 게재한 장문의 시 `빛나라, 선군장정 천만리여!'는 "무적필승의 영장/ 우리 장군님의 담력과 기상이/ 그대로 이어진 씩씩한 그 발걸음 소리"라며 3대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당 대표자회서 '조직지도부 비서 '로 추대" 관측도

장군님은 김 위원장, 발걸음은 김정은을 뜻하므로 `장군님의 담력과 기상이/ 그대로 이어진 씩씩한 그 발걸음 소리'는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찬양가요 ‘발걸음’을 일반 주민들에게 가르쳤다.

시는 이어 "걸음걸음 따르자,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의 최고사령관/ 우리의 당중앙을/ 천세만세 영원히 목숨으로 사수하자!"고 촉구했다. 북한에서 ‘당중앙’은 후계자를 뜻하며, 권력세습을 앞둔 시점이어서 구체적으로는 김정은을 지칭한다. 또 `선군혁명 영도 50주년'을 칭송하는 시에 후계를 암시하는 구절을 반영한 것은 김정은 시대에도 선군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1974년 2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치위원으로 임명된 다음날 "위대한 수령님의 부르심과 당 중앙의 호소를 받들고…"라고 써 `당 중앙=후계자 김정일'을 공식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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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다음달 초 44년만에 열리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도 "북한이 김정은을 당대표자회에 등장시켜 세계무대에 첫 선을 보일 것"(월스트리트저널), "김정은이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격될 것"(교도통신)이라고 보도했다.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조직지도부 비서로 추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직지도부는 주요 인사(人事)를 책임져 선전선동부와 함께 ‘당 속의 당’으로 불리는 권력기관이며, 리제강ㆍ리용철 제1부부장 사망 이후 최고책임자가 공석 중이다.

◇" 김정일, 왼쪽 공간ㆍ팔다리 마비 인지 못할 수도"

한편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왼쪽 공간, 신체 한쪽이 마비됐다는 사실을 인식ㆍ인지하지 못하는 '반측(反側ㆍ반대쪽)무시(hemi-neglect)' 증상 등을 보이는 것 같다고 미 국무부 소속 정신과 의사가 주장했다. 오른쪽 뇌 손상을 입은 반측무시증 환자는 시력이 정상이어도 왼쪽 공간을 인식하지 못해 면도할 때 오른쪽 수염만 깎거나 그릇의 오른쪽 음식만 먹는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케네스 B. 디클레버 의무관(박사)은 빈 응용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 예술ㆍ건축전시회에서 전시되고 있는 영상녹화물ㆍ사진ㆍ그림 등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외관ㆍ행동을 분석한 글을 지난 19일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38north.org)에 기고했다.

디클레버 박사는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영상과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정면을 보지 않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주로 오른쪽을 바라보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인 것이 이와 관련있다고 분석했다.

디클레버 박사는 뇌졸중 환자의 약 10%가 자신의 왼쪽 팔다리가 마비됐어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결함인지 상실증’도 함께 겪는데 김 위원장도 이런 경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김 위원장이 광범위한 재활ㆍ재발방지 치료를 받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생각보다 활발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뇌졸중에서 상당히 회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뇨ㆍ흡연 등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뇌졸중 환자도 5년 생존율이 35-40% 정도며 생존자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장애를 앓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열린북한방송은 김정일이 지난 2~14일 사이 함경남도 함흥지역 서호초대소에 머물며 프랑스계 의사 2명과 호위사령부 특별의료진 등으로부터 뇌혈관ㆍ중추신경 계통의 정밀 건강진단을 받았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프랑스계 의사 2명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치료에 참여했었다. 이번 정밀검사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지 2년을 맞아 예방적 차원에서 실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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