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바람도 집의 일부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항상 바람이 집의 일부였었다. 햇볕도, 나무도, 곤충들도 집의 일부였다. 짚으로 새롭게 단장한 누런 초가지붕이 비바람에 시달려 짙은 회색빛으로 변할 무렵에는 마당 가장자리에 그해 겨울에 땔 장작나무와 솔잎나무들이 높이 쌓이고 마당 한켠에서 시끄럽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정겹게 들리고는 했었다. 정지(부엌)에서는 굴뚝을 채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 때문에 눈 매워하며 콜록거리던 아낙네의 모습이 선하다. 한지로 도배한 문으로는 습기들이 자연스레 들어와 외부와 하나가 되고 세찬 바람에 문풍지가 부르르 떠는 소리에 잠이 깨곤 했었다. 최근 들어 건설업체들은 자연친화적인 아파트를 건설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에너지자원 절약, 그리고 살기 편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이미 정형화돼버린 아파트들을 보노라면 옛날의 추억 때문에 가끔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포근한 구들장 대신 스위치 하나로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난방이라든가, 한지로 도배한 문 대신 유리로, 문틈의 문풍지 대신 기밀성 창호로, 살랑거리는 호롱불 대신 밝은 형광등 조명 등, 이것들이 우리 삶의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들이다. 또한 공간 전체를 밀폐하고 두껍게 단열해 에너지를 절약하노라면 건강을 위해 또 다른 기계 장치들을 사용해야 하고 보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벽지나 장판 속에는 인체에 해가 되는 접착제가 꼭 사용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러한 현실들 속에서도 인간이 자연과 가까워지기를 원하며 여러 가지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때 그나마 다행스럽다. 커뮤니티 시설을 아파트 단지에 설치해 주민들의 대화 공간을 마련하고 단지 내에 동식물의 서식지를 만들어주는 등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려는 공간 및 생태환경 계획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가 가득했던 아스팔트 마당에는 투수성 포장을 하고 나무도 많이 심는다. 친환경 자재 및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설비들을 고효율 에너지 제품으로 적용하는 등 에너지와 자원절약을 통해 지구의 환경훼손을 감소시키고자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 친화적인 설계와 각종 공법들을 확대 적용한다고 해고 그 옛날 바람과 태양, 나무, 그리고 곤충들이 집의 일부였던 그 시절의 우리네 집들을 그대로 재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 때 우리는 자연환경에 한결 가까워진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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