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상복합 물량 빼돌리기

주택법 시행령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 지주ㆍ건축주 등에게 특별 공급을 허용하도록 결정했다는 본지 보도(8일자 1면)에 대해 건설교통부와 규개위는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지주ㆍ건축주 등에게 특별 공급을 허용하지 않으면 땅 매입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부 당국의 논리를 곱씹어보면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정부가 주상복합을 건축법 승인 대상에서 주택법 승인 대상으로 바꾼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축법하에서는 주상복합은 아무런 규제가 없다. 이렇다 보니 건축주ㆍ지주ㆍ시공사 등 특정 이해 관계인의 물량 빼돌리기가 성행했다. 물량 빼돌리기가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했는가는 다음의 한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모 업체의 경우 주상복합 분양시 관련 부서 임원 및 직원끼리 알음알음으로 사전에 분양했다. 이를 눈치챈 노동조합이 반발했다. 전직원에게 고루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회사는 노조가 이의를 제기한 후 모든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분양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주택법 승인 대상으로 변경한 것은 이처럼 혼탁스러운 주상복합의 공급질서를 투명화ㆍ개관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지주ㆍ건축주ㆍ시공사 등은 땅 매각 차익ㆍ시행 및 시공과정에서 이윤을 챙긴다. 결국 특별 공급 허용은 이들 특정 관계인에게 이 같은 이윤 외에 아파트 프리미엄이라는 또 다른 이익을 주는 셈이다. 당초 입법예고 초안에서 주상복합의 전가구를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공급하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서다. 법 최종 심의과정에서 특별 공급을 허용함에 따라 결국 최초 입법예고안의 정신은 색이 바래게 됐다.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것은 소수에 의한 정보 독점과 전횡이다. 결국 주상복합의 특별 공급을 허용하는 것은 일반 다수보다는 특정 관계인의 이익만 고려한 조치라 볼 수 있다. <이종배 기자 <건설부동산부>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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