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회계 외교' 적극 나서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기 시작한 이래 관계당국과 업계에서는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독립적인 회계기준 제정기구로서 한국회계기준원이 설립됐고 재무제표에 대한 CEO 인증제도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별로 없는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 시장기능에 의한 자율적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등 기업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다양하고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정책당국과 기업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는 아직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제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은 실질가치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회계기준원에서 국제회계기준과 미국회계기준 등에 준거해 회계기준서를 지속적으로 정비해옴으로써 이제 우리 회계기준서는 90% 이상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자본시장에서는 국제회계기준 및 일반원칙과 다른 기준을 사용하는 나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국제회계기준의 전면 수용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면서도 시의적절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회계기준 수용시기를 당초 조기시행 방침에서 오는 2009년부터 희망기업에 대해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2011년부터는 상장기업에 의무적용하도록 해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르는 혼란을 줄이고 기업들에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둔 것도 현명한 결정이다. 무엇보다도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는 국가들이 전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고 또 많은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국제회계기준 수용을 위한 로드맵 제시는 뜻 깊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은 아직도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국과 협상조정 과정을 통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 제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제반 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제회계기준 제정과 논의과정에 직접 참여해 우리의 회계관행이나 특성이 반영되고 또 특례로도 인정받아 회계주권이 훼손되지 않는 고유의 회계문화를 창출하고 이를 정착시켜나갈 수 있도록 ‘회계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실정과 입장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에 알리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려면 전문기관의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동시에 발언권을 높일 수 있도록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대폭 확대해나가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ㆍ금융기관ㆍ투자자 등 기업 재무정보를 작성하고 이용하는 주체들이 힘을 모아줘야 할 것이다. 국가에서 채택하는 회계기준은 경제는 물론 사회 전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점에서 국제회계기준의 성공적인 도입과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되는 각종 제도와 법령들이 함께 개선 및 보완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제회계기준 적용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간편하고 적합한 회계기준을 빨리 제정해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수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현행 기준과 다른 점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필요한 것은 물론 투자자나 채권자들도 새로운 기준에 의한 연결재무제표 중심의 회계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에서도 국제회계기준을 차질 없이 도입해 실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준비와 함께 교육훈련을 통해 회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기업 경영정책 수립에 혼란이 없도록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해가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이를 전면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상 국제회계기준이 혼란 없이 수용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과 기업, 학계 및 관련업계가 합심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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