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가 연일 추락하자 유럽과 중국 등이 연일 미국의 통화정책을 비난하며 미국에 약달러 저지를 위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강력 촉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과의 새로운 동맹을 강조하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환율에 관해서는 양보를 하지 않았다. 그는 7일 미 의회 연설에서 “국제통화시장의 무질서는 결국 경제전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게 될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달러화 약세가 더 이상 일부의 문제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정부 당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맹주국 최고통치자의 이 같은 발언은 올들어 10%나 절상된 유로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은 1조4,3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보유외환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해 달러비중을 낮추고 유로 비중을 높일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쉬젠(許健) 인민은행 당교 부교장은 7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위상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고 청쓰웨이(成思危)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도 “우리는 약한 통화보다는 강력한 통화를 선호하며 이에 따라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달러화 비중 축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처럼 중국이 외환보유고 다변화 계획을 시사하고 ECB가 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곤두박질쳤다. 달러ㆍ유로 환율은 7일 1.4636달러를 기록했으며 8일에는 시간외 거래에서 1.4669달러로 유로화 거래가 시작된 지난 99년 이후 최고치(달러가치 하락)를 경신했다. 영국 파운드도 대달러 환율이 7일 장중 2.1053달러까지 치솟으며 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1021달러로 마감했다. 캐나다 달러인 루니화도 이날 달러ㆍ루니 환율이 장중 1.1039달러까지 오르며 50년 캐나다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가 1.0745달러로 장을 마쳤다. 로이터통신이 31명의 외환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ECB가 독자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거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다른 중앙은행들과 협조해 향후 12개월 사이 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평균 20%로 예상됐다. 이는 2000년 이후 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온 ECB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의 케빈 그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ㆍ유로 환율이 더 올라가 1유로당 1.50달러대에 진입하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ECB의 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40%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달러가치 하락 양상이 최근 ‘무질서해졌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점은 ECB의 환시장 개입 명분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ECB가 그간 개입을 자제하는 명분으로 ‘유로 경제가 견실하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유로화 상승으로 역내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