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5일] 네스핏의 도전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시장의 지배적 질서와 통념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에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토종 아웃도어 업체 트렉스타가 내놓은 워킹화 '네스핏'도 그 범주에 넣을 만하다. 네스핏은 발의 실제 관절 모습과 거의 비슷한 게 특징이다. '천편일률적 외양의 기존 신발이 가장 편한 신발인가'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네스핏은 2만명의 족형 샘플을 분석한 끝에 나왔다. 결국 가장 평균적인 발 모양의 신발이 가장 편안한 신발이라는 '의외'의 결론에 이른 셈이다. 기자가 네스핏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은 신발 디자인에 물음을 던졌다는 점에 있다. 차별성을 확보한 네스핏은 그런 과정이 낳은 창의적 산물이다. 아웃도어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브랜드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나오는 제품들은 판박이에 가깝다. 눈에 익은 레퍼토리로 제품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보고 있자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 업계 내부에서조차 숱한 브랜드 간의 차이점이라곤 홍보 모델뿐이라는 자조 섞인 냉소가 적지 않다. 이런 차에 나온 네스핏은 그래서 반갑다. 물론 시장에 선보인 지 한 달가량이라 성공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과거 펩시콜라는 검은색 콜라에 반기를 든 '크리스털 콜라'를 내놓았지만 1년 만에 생산을 접어야 했다. 하얀 콜라는 맛과 청량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실제 소비자 반응은 차가웠다. 그만큼 여러 변수를 통제하고 시장에서 월계관을 쓰기란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어려움 때문에 열정 어린 도전은 값어치가 있다. 시장에서 고만고만한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독보적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심,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겠다는 욕망이 네스핏에서 읽히는 것이다. 네스핏이 받아 들 성적표가 자못 궁금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