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TU 전권회의 ICT지도 바꾼다] <7> 글로벌 표준 한국이 주도한다

"ICT 정책도 리드… 해외시장 창출 도울 것"

이재섭 표준화총국장 당선

한국기술 높은 신뢰·인지도 만큼 융합 아이디어 국제표준화 역점

이재섭(왼쪽) 박사가 24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표준화 총국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연합뉴스

KAIST 융합연구소 이재섭 박사의 정보통신표준화(ITU-T) 총국장 당선은 지난 200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기식 박사가 같은 자리에 출마해 낙선한 후 두번째 도전 만에 얻어낸 한국의 쾌거다. 이 박사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TU-T 총국장에 연장투표 없이 단번에 당선됐다.

당선 직후 가진 서울경제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이 박사는 그동안의 고된 일정 때문인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이 박사는 이번 ITU 고위직 당선이 무엇보다 사물인터넷(IoT)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융합 아이디어가 국제표준이 되고 나아가 해외시장을 창출·확대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ICT 융합 표준 구현에 역점을 둬 국내 사업자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 시장 진입을 낮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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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의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ICT 정책을 리드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며 "우리에게 융합 관련 아이디어가 많아도 글로벌화하는 데는 장벽이 있었는데 이번 총국장 당선이 이를 허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TU-T 총국장으로서 앞으로 추진할 목표에 대해서는 "난립하는 ICT 표준기구 속에서 ITU 표준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사물인터넷 등의 표준을 정하는 데 글로벌 거대기업이 이끄는 민간단체보다 국가 중심의 ITU가 중심을 잡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는 또 "예산 집행, 회의 진행 등에 있어 ITU-T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이버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신뢰'를 표준화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이 박사는 27년간 ITU-T 활동을 한 덕분에 ITU 내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상당하다. 그는 활동 기간 단 한번도 회의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사물통신망, 인터넷TV(IPTV), 클라우드 컴퓨팅 등 21세기 ICT 업계의 핵심기술들이 ITU-T 연구반 의장 시절에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27세 때인 지난 1987년 우연한 기회로 스위스에서 열린 ITU-T 회의에 처음 참석했던 일을 회상하며 "이번 유세 기간 중 한국 ICT의 위상 변화를 절감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박사는 "당시엔 ICT 관련 단어를 하나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우리 기술 수준이 초라했다"며 "젊은 혈기에 회의에 참석했다가 논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망신만 당하고 뛰쳐나가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ICT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만큼 이제 ICT 산업도 글로벌 의제를 만드는 쪽으로까지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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