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금) 18:22
「지역민과 자매결연을 맺으려면 포철처럼 하라」
포항제철(대표 유상부·劉常夫)의 자매결연운동이 기업문화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과 혈연에 가까운 연대로 기업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님비현상을 극복, 기업경쟁력 제고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철 1만1,000여명의 직원들이 지난 91년부터 시작한 「1부서 1개마을 자매결연운동」은 여느 자매결연운동과 달리 위로부터의 일률적인 조직화형태가 아니라 철저히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참여로 출발했다.
실천방법도 선물이나 장학금,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의례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의 생활 불편사항에서부터 개인의 길·흉사도 빠뜨리지 않는 생활공동책임제를 지향하고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토탈서비스」식의 이웃돌보기이다.
용접기등 각종공구를 동원한 어린이 놀이터 보수, 농기구 무상수리, 노인정 보수, 여름철 방역활동 등은 기본. 의료혜택이 부족한 오지마을 주민들을 위해 사내의료반을 파견하기도 하고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포철직원들은 판매난과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매마을 농민들을 위해 해마다 부추·토마토·고추·벌꿀 등 농작물 팔아주기에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다. 어떤 부서가 사내 통신망을 통해 이같은 사정을 알리면 전사적으로 주문이 쏟아진다. 생산원가를 보장하는 구매임은 물론이다. 이같이 포철직원들은 주민들의 24시간 민원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철의 자매결연 운동은 지난 95년 포철 제강부직원들과 포항시 송도동 주민들이 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마을의 한 초등생과 제강부직원을 살리기 위해 헌혈증서 모으기 등 공동 구명운동을 벌이면서 한층 발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사내와 포항시내 전역에 알려지자 자매결연운동도 급속히 확산됐다. 이 결과 현재 포철직원들은 모두 61개의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고 포항장애인협회 등 6개 사회단체와도 형제의 연을 맺고 있다.
포철직원들의 봉사활동을 미덥지 못해하던 주민들도 차츰 믿음으로 화답하기 시작했다. 우선 환경관련 각종 민원들을 실력행사로 해결하려던 주민들이 먼저 대화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소모적인 시비와 보상요구로 기업 생산활동을 가로막기 보다는 환경방지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강구를 공청회 등을 통해 요구하는 한편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대한 협조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주민들이 사과와 떡을 준비해 사업장을 방문,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도 해 인근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에 포철도 지난 93년 섬안 큰다리 공사를 위해 27억원을 쾌척했으며 95년에는 시민공원 조성을 위해 기금 200억원과 100억원 상당의 공채를 매입했다. 또한 올해는 전 직원의 상여금 일부를 반납해 모은 225억원을 실업기금으로 지원했다.
포철 총무본부 하대룡(河大龍·35)과장은 『주민들과의 혈연에 가까운 연대활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세계속의 포철로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자매결연운동의 숨은 저력이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포항=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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