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두산 박용오 회장 체제 출범

◎00년 보수틀 깨고 공격경영 탈바꿈/변화·개혁의지 총수교체 초강수로 표출/OB맥주 위기탈출·침체분위기 일신 꾀해「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올해 창업 1백주년을 맞아 내년을 「2세기 창업원년」으로 선언하고 나선 두산의 새사령탑이 박용오 회장으로 전격교체된 의미를 함축하는 말이다. 「위기의 정면돌파를 위한 마지막 선택」. 두산이 처한 경영환경에서 박용곤 회장의 퇴진배경으로 지적되는 말이다. 두산은 지난 1백년 동안 형성된 보수적인 틀을 깰 수 있는 변신이 절실한 상황에서 총수교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따라서 이번 회장교체는 「탈보수를 통한 공격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두산의 가장 적극적인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두산은 지난해말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아래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작업에 착수, 29개 계열사를 19개로 통폐합하기로 하고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와관련, 두산은 단순히 지분만 갖고 있는 한국네슬레, 한국3M등 외국계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한국코닥, 부동산 매각등도 추진중이다. 또 조직 내부적으로도 연봉제·대팀제등을 도입, 적극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박용오회장 체제의 등장으로 귀결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력기업인 OB맥주의 위기와 이것이 초래한 그룹경영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돌파구」로 박회장 체제가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내년이 창업 2세기의 첫발을 내딛는 상황이고 연말에 모든 것을 정리, 새해에는 새출발을 함으로써 가능한 조속히 정상화를 꾀하자는 것도 그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박용곤 전회장의 개인적 배경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게 그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박명예회장은 올해 64세로 이미 97년 초 퇴진의사를 밝힌 바 있고 개인적으로 입은 상처로 휴식을 원한데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는 실천위주의 행동가로 알려진 동생에게 대권을 물려주는게 좋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회장의 취임으로 지난 1896년 서울 종로구 배오게에 세워진 「박승직 상점」을 모태로 탄생한 두산그룹은 초대 박두병 회장, 2.4대 정수창 회장, 3.5대 박용곤 회장에 이어 6대 박용오 회장으로 이어지게 됐다.<김기성> ◎두산 과제는/사업구조조정 효과적 마무리/창업 2세기 비전제시 절실 두산그룹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박용곤 회장이 동생인 박용오 두산상사회장에게 그룹총수 자리를 전격 이양하면서 두산호의 향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관련, 공통된 전망은 「탈보수·공격경영」이다. 지나치게 보수적 성향을 보여온 박전회장과 달리 신임회장은 행동과 실천을 중시하고 있는데 따른 것. 따라서 이번 회장의 전격교체는 두산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박회장이 넘어야 할 산은 험준하다. 앞으로 전개할 사업계획에서 적잖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는 것. 무엇보다 주력사업인 OB맥주가 지난 94년 이후 3년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누적적자가 3천억원에 달하는 등 설립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점이다. OB맥주의 정상화는 박회장의 경영능력, 그룹내외 위상구축등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말 29개 계열사를 19개로 통폐합하기 시작한 사업구조조정 작업의 효과적인 추진 및 마무리도 신임회장의 숙제다. 여기에 연봉제·대팀제·토요격주휴무제 등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는 조직분위기를 위축이 아닌 발전적인 변화로 이끌어 내는 것도 숙제라 할 수 있다. 박용오 회장은 위기환경속에서 「새 술」을 담을 수 있는 「새부대」를 만들고, 이를 통해 21세기를 향한 두산호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짐을 짊어진 셈이다.<김기성> ◎박용오 회장 어떤 사람인가/“행동하는 경영자”/평사원으로 입사 30여년간 그룹실무 익혀/해외사업 도맡은 국제통·대외활동도 활발 「직선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가진 행동하는 경영자.」 두산호의 새선장을 맡은 박용오회장에 대한 그룹 내외의 공통된 평가다. 박회장은 초대회장인 박두병 회장의 둘째 아들로 경기고와 뉴욕대를 졸업하고 지난 65년 두산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30년동안 그룹내 각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실무를 익혔다. 이에따라 박회장은 두산상사는 물론 그룹내 모든 사업을 꿰뚫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는 미국유학을 해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춰 미국내 학계는 물론 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 그룹의 해외사업을 도맡아온 국제통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한·스페인, 한·이집트 경협위원장과 한·스리랑카 경협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박신임회장은 한·스페인간 경협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 10월 스페인 후앙카를로스 국왕의 방한시 스페인 황실이 수여하는 민간공로훈장 기사장을 받기도 했다. 이같이 왕성한 대외활동도 박명예회장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스타일. 박명예회장은 가급적 대외활동을 자제, 조용한 행보를 유지해왔다. 여기서 재계관계자들은 두산이 보다 해외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신임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OB베어스 야구경기가 서울에서 열릴때면 매번 야구장을 찾을 정도. 특히 스키는 프로급 수준이며, 골프는 핸디 12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그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많이 알고 있을 정도로 미식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 최금숙 여사와 두산상사에 재직중인 경원(32)·중원(28)등 2남을 두고 있다.<고진갑> ◎형제간 역할분담 어떻게/박용오 회장 대외활동/박용만 기조실장 그룹실무/박용성 부회장 보좌역할 기대/박용곤 명예회장은 경영서 손뗄듯 「YO를 정점으로 YS, YM의 3인 협력경영 YK의 후견시대 개막」 두산그룹은 박용오 회장(YO)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동생인 박용성 그룹부회장(YS), 박용만 기조실장겸 OB맥주부사장(YM)등 3형제가 협력하고 박용곤 명예회장(YK)이 뒤를 돌보면서 두산호의 21세기를 이끌어갈 것이란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두산가 형제들의 역할은 박회장과 박기조실장이 그룹경영의 핵심 조타수 역할을 할 것으로 그룹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박회장은 그룹의 중장기 투자등 중요 의사결정사항을 챙기면서 그룹을 대표, 전경련 회장단회의등 재계회의등에 적극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40대초반의 젊은 기조실장인 YM은 그룹의 살림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격화되고 있는 맥주전쟁등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필승전략및 사업구조재편등에 전력투구할 것이라는게 그룹의 분석. YS도 대외업무로 인해 그룹의 실무를 챙기지는 못해도 그룹부회장겸 OB맥주회장으로 계열사의 주요전략 및 기획에 대해 보고를 받는 등 형을 보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박용욱씨는 그룹에서 일찌감치 분가, 왕관박스등을 제작해 그룹에 납품하는 (주)이생대표를 맡고 있다. 한편 박명예회장은 지난 81년 그룹회장에 취임, 91년 페놀사태로 일시적으로 물러났다 93년 다시 회장에 복귀한 바 있다. 그룹측은 박명예회장이 퇴임후 그룹 경영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고 그룹의 상징적인 인물로 남게 될 것으로 밝히고 있다.<이의춘> ◎두산그룹 표정/만류할 시간도없이 전격결정 “충격” ○…3일 박용오 신임회장의 취임소식을 전해들은 두산그룹 관계자들은 『너무 갑작스러운 발표』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박용곤 전회장은 창업 1백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퇴임의 가능성을 피력하는 등 회장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지만 그룹 관계자들은 빨라야 그 시기를 내년봄으로 보고 있었다. ○…박용곤 회장의 퇴임 선언은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그룹경영층에서도 낌새를 챈 인사가 거의 없었다는 후문. 박회장은 지난 2일 하오 2시께 비서실에 『3일 오전 그룹 운영위원회를 소집하라』고 지시, 평소대로 경영관련회의를 주재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회의시작과 동시에 용퇴를 선언, 주변에서는 만류할 시간도 없었다고. 그룹 일각에서는 『형제들끼리는 미리 상의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서는 박회장의 퇴임선언을 미리 안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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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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