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우리당 새 매니페스토 나와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최근 행보가 화제다. 재야 출신 개혁파의 수장인 김 의장이 기업가 출신의 이계안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서민경제 회생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하니 국민은 집권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다. 우리당은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97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새 노동(New Labour) 매니페스토’나 지난해 영국 보수당수가 된 데이비드 캐머론의 ‘보수당 현대화’와 같이 국가발전의 전략을 새롭게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상 최악의 선거패배를 당한 우리당의 고민은 결코 작지 않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당 이름이나 바꾸고 간판스타를 내놓아서 급한 소나기나 피해보자는 식으로는 재집권은 물론 정당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림없을 것이다. 우리당이 추진한 동반성장이나 양극화 해소 정책이 잘못된 방향이 아님은 많은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을 펴나가는 데 혹시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는지, 그 결과 성장의 대안을 만드는 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반추해봐야 한다. 9할 이상 국민의 이해를 보호하는 정책을 내놓고도 2할의 국민만이 우리당을 지지한 원인은 무엇인지, 당의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실패한 당 조직의 취약성도 극복의 대상이다. 왜 우리당의 대선 후보들은 미미한 지지를 얻는 데 그치고 있는지, 차기 집권세력으로서의 비전과 신뢰를 착실히 쌓아나가는 일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당ㆍ정ㆍ청간에 누구 책임이 더 크다느니, 실용이다, 개혁이다 하는 관념적인 논쟁은 쓸모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당의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정계개편으로 위기를 우회하려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우리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 세력을 재편한다고 국민의 지지를 얻겠는가. 우리당은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국가의 미래비전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새 우리당의 매니페스토를 통해 국가의 정책 어젠다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 매니페스토의 합의 없는 연대는 연합이든 통합이든 권력의 거래에 불과하다. 국민은 한 단계 발전된 정당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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