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덕분에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오일머니’ 사냥을 위해 주요 그룹 회장들이 직접 나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중동ㆍ중앙아시아ㆍ아프리카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 등도 임직원들에게 신흥시장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며 오일머니 공략에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LGㆍ금호ㆍ코오롱ㆍ두산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중동ㆍ중앙아시아 등 산유국 등을 방문, 현지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유가급등으로 제2의 중동붐이 불고 있는 지역의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자원투자뿐 아니라 산업성장에 따른 인프라 구축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청사진 아래 속속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일머니 사냥에 가장 적극적인 CEO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대우건설 인수 이후 중동 지역에 대한 기득권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이번 기회에 금호대우건설의 중동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리비아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한 박 회장은 현지 대우건설 현장 5곳을 둘러본 뒤 오는 30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 회장의 중동 방문은 3월 두바이ㆍ카타르 방문에 이어 두번째 중동 현지점검이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신흥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1일 계열사 사장 및 임원 40명과 함께 카자흐스탄을 찾은 이 회장은 현지에서 그룹 전략회의를 열고 오일머니로 급성장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원투자 부문에 국한해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시장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참여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짧은 일정이지만 현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인적 네트워킹을 돈독히 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에 비해 주변 산업이 취약한 상황인 만큼 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본무 LG 회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구 회장은 오일머니로 소비규모가 급신장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프리미엄 가전시장,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지인 아프리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구 회장의 이 같은 주문에 맞춰 2010년까지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의 매출을 60억달러(지난해 27억달러)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또 1등 제품인 에어컨의 현지 공장을 추가로 가동하는 한편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TV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다른 주력인 LG화학 역시 아프리카 지역의 산업화에 따른 중간재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폴리올레핀(PO) 수출이 2002년 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5,000만달러로 8배 이상 늘어난 만큼 여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출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여기에다 아프리카 건축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산업건자재 시장 진출의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