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을 다시 보다

드로잉 등 미공개 작품 60여점 8일부터 갤러리 인데코서 선봬

추상화 원류 되집는 뜻깊은 전시

/=연합뉴스

남관의 대표작 ''묵상''은 고대의 상형문자부터 신라의 금관까지 우리 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떠올리게 하는 수작이다. /Jem Gallery제공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그로잉 작품.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그로잉 작품.


일찍이 1950년대에 파리 등 국제무대에 진출한 한국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 장 뒤뷔페, 안토니 타피에스 등 쟁쟁한 거장을 물리치고 1966년 프랑스 망통비엔날레에서 대상을 거머쥔 작가. 우리는 잠시 그를 잊고 있었다. 한국 추상회화 1세대 거장인 남관(1911~1990)이다.

그간 공개 전시된 적 없는 남관의 종이작품 등 60여 점의 드로잉, 수채화, 판화, 콜라주를 선보이는 기획전 '본 아네(Bonne Annee·불어로 '근하신년'이라는 뜻)'가 오는 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인데코에서 열린다. 최근 한국의 추상화 사조인 '단색화'가 국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적 추상화의 원류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되짚어 볼 수도 있는 뜻깊은 전시다.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남관은 1937년 일본 태평양 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1958년 '살롱 드 메'의 초대작가로 뽑혀 국제무대에 본격 진출한 최초의 한국화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한국 추상화 1세대로 남관과 함께 거론되는 김환기는 1956년 파리로 가 4년간 머물렀고, 이응노는 1958년에 도불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김환기가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향수를 주제로 서정적 추상화를 완성할 때, 남관은 6·25의 전쟁체험을 토대로 허물어진 돌담이나 고대의 상형문자를 연상하게 하는 고유의 추상회화를 구축했다. 문자추상의 측면에서도 동양화에 뿌리를 둔 이응노와 달리 남관은 서양화에 기반을 두고 발전시킨 경우다.

관련기사



10여년의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1968년 귀국한 남관은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국내외에 선보였다. 그러던 중 1986년에 '남관 작품 국제 사기 사건'이 터졌다. 영국 국립미술관인 테이트갤러리 초대전을 빙자한 국제 사기극으로 대형 작품 20여 점을 망연자실 잃게 만든, 당시 미술계가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었다. 불운한 일이었으나 높은 유명세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남관의 작품은 유화인데도 파스텔 그림처럼 담백한 느낌이 돈다. 특유의 푸르스름한 분위기와 먹이 번지는 수묵화 같은 해체적인 형태는 모방과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남관의 '문자 추상'은 문자가 지닌 추상성에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것으로, 마치 상형문자 처럼 볼수록 해독할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일찍이 세계적 미술평론가 가스통 디일은 "동서양 문화의 어느 쪽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둘을 융합한 위대한 작가"라 했고, 베르나르 도리발 전 파리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서양적 화법으로 동양의 정신(esprit)을 부각시키는 화가"라 평했다. 작품 가격은 남관의 미술사적 업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지만 거래가 꾸준해 국내 경매낙찰총액에서는 상위 10위권에 든다. 전시를 기획한 현재민 큐레이터는 "작가의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독창적인 색채 사용을 미공개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며 "대작도 있지만 이번 전시는 드로잉,소품 등 가격대가 높지 않은 작품도 다양하게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02)511-0032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