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종교 찾고… 대박 좇고…

불황·미래 불안감에 마음 평안 찾는 발길 급증<br>사주 사이트·점집 북적… "인생대박" 로또매출 증가<br>성인오락실도 다시 성행


#1 천주교 신도였다 대학에 입학한 뒤 20년간 성당 발길을 끊었던 김모(38)씨는 최근 성당에 다시 다니기로 했다. 김씨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때는 20대여서 그래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최근의 불안감은 견디기 힘들 정도”라며 “성당을 다시 다니면서 불안감을 줄이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해볼 생각”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2 국내 대표적 점집 메카인 미아리. 이곳의 한 점집을 찾은 고3수험생 학부모 박모(46)씨는 “원래는 11월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점을 보러왔다”면서 “기왕 온 김에 대기업 부장인 남편이 승진은 물론이고 얼마나 직장생활을 더 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점을 치려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유명 철학관 등은 물론 주요 무료 사주ㆍ점 사이트에는 최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방문객이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주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으며 환율이 춤을 추는 등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사회를 지배하다 보니 많은 시민들이 마음의 편안함을 위해 절ㆍ교회ㆍ성당을 찾거나 점ㆍ복권에 기대는 등 ‘막연한 기대나 행운’을 찾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일 월요일 오전8시 지하철 시청역 출근길에서는 신문에 게재돼 있는 ‘오늘의 운세’와 ‘재물운’ 코너를 살펴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초년병 직장인인 박모(27)씨는 “국내는 물론 세계가 지독한 경제위기에 진입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요즘 늘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운세라도 좋으면 그나마 하루가 편안하다”고 쓴웃음을 내보였다. 법정스님은 19일 가을정기법회 법문에서 “행복과 불행은 외적 상황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면서 “괴롭다고 삶의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어려움을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친구나 절ㆍ교회를 찾아 짐을 부려놓으라”고 권고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인생 대박’ 기대감도 슬슬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나눔로또의 한 관계자는 “9월과 10월 모두 한 회당 평균 440억원씩 로또가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 늘어난 수준”이라고 밝혔다. 로또의 당첨금 이월이 제한되면서 당첨금액이 10억~20억원대로 줄어들자 인기가 줄었다가 최근 경기불황이 현실화하자 판매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성인오락실도 성행하고 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 받은 성인오락실 단속실적자료에 따르면 2003년 6,719건, 2004년 1만156건, 2005년 1만494건, 2006년 5만2,155건, 2007년 5만5,78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 말까지 1만8,259건의 성인오락실 단속이 이뤄졌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부정적 행위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승언 세화정신과 원장은 “삶이 어려울수록 고향을 찾거나 익숙하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퇴행현상이 늘어나는 편”이라면서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뤄온 경제위기 극복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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