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화법으로 그려낸 현대적 서정미

화가 김선두 20일부터 '너에게로 U턴하다' 개인전<br>달개비 꽃·장미꽃눈·미모사 등 고운 색감의 붓질 20점 선보여<br>원·근경 등 다시점 재미도 쏠쏠

한국화가 김선두가 수묵과 채색이 담백하게 어우러진 작품 '애기똥풀'(왼쪽)과 '착한 기러기'를 양쪽에 두고 앉았다.

작고한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은 고향(전남 장흥) 후배이기도 한 한국화가 김선두(52ㆍ중앙대교수)와 종종 창작 여행을 함께 하곤 했다. 어느 봄 길섶에 앉은 김선두의 스케치북 뒤로 마을의 노부(老婦)가 다가와 "그거이 달개비 꽃인가?"하고 물었다. 그날 저녁 김선두는 "아마도 이청준 선생의 돌아가신 모친께서 낮에 본 할머니의 입을 빌어 말을 건넨 것 같다"고 했다 한다. 이 일화는 이청준의 수필 '영혼을 그리는 화가'로 남았다. 그리고 김선두는 이 일화를 신작 '그거이 달개비 꽃이여'로 화폭에 옮겼다. 김선두의 개인전이 3년만에 '너에게로 U턴하다'라는 제목으로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20일부터 6월12일까지 열린다. 그는 전통 한국화 기법으로 현대적 미감의 서정성을 보여준다. 인물화와 잡풀을 즐겨 그렸고 남도(南道)ㆍ백두대간ㆍ독도를 누비며 그리움부터 민초의 애환까지 두루 보듬었다. 장욱진이 서양화 기법으로 동양화를 그렸다면 김선두는 한국화로 현대미술을 하는 셈이다. 대중적으로는 임권택 감독이 오원 장승업의 삶을 조명한 영화 '취화선'에서 주인공 최민식의 신들린 붓질을 대역한 '진짜 화가'로 유명하다. 신호등에서 흰 꽃이 피어난 신작 '너에게로 U턴하다'를 가리키며 작가가 말문을 열었다. "나이 50이 되면 지금껏 해왔던 것을 정리하고 내 그림의 근본에서 다시 출발하겠다 다짐했었고 그렇게 3년을 준비한 작품들입니다. U턴은 작가로서의 삶을 반성하고 순수했던 실존적인 나로 돌아가 시작한다는 뜻이죠." 능청스런 화가의 낭창거리는 붓질이 20점의 그림으로 걸렸다. 능청스럽다 함은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아이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뜻이다. 작업실 앞 모과나무에 싹이 튼 것을 본 작가는 한 떼의 '당돌한 새'로 이를 표현했다. 어렵게 꽃을 피운 미모사는 부끄럽게, 가지를 뚫고 나온 장미 꽃눈은 도도하게 그렸다. 낭창거리는 고운 색감은 그러나 30~40번의 덧칠로 장지 위에 쌓이고 배어든 것이다. 스민 색은 유화처럼 밑색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깔린 먹선을 도드라지게 받쳐 준다. 음식으로 치면 수묵이 주를 이룬 담채화는 맑은 동치미요, 색에 깊이감을 준 채색화는 묵은 김치맛을 낸다. 한국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다시점(多視點)을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경(遠景)은 치솟아 화면 가까이에 다가섰고 근경(近景)은 아련하다. 뭐니뭐니해도 김선두의 저력은 문인화적인 '선'이다. 심지어 색에도 붓질의 '선'이 살아있으니 곱씹으며 봐야 제 맛이다. "근작에서 특히 한국화의 핵심인 '획'에 주목했습니다. 느릿한 선의 변주와 리듬감에 표정이 담기고 지루하지 않은 움직임에 고전미가 있죠. 선에 관한 한 합의하고 싶지 않은 저의 고집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적 색감에 대한 관심은 여전합니다. 기존 한국 채색화가 '색을 바르는 것'이었다면 내 그림은 '붓으로 친 색'이지요." 김 화백은 작품의 배경이 된 감상을 시로 엮어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의 시는 작고한 이청준이 '투병일기'에 발췌해 적었을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한다. (02)3210-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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