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는 것 우리라고 왜 못해? 오히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요즘 지방자치단체 정책입안자들의 속내다. 이 같은 마음은 바로 다른 자치단체의 사업 베끼기로 나타나고 있다. 관광레저에서부터 비슷한 내용의 기업유치 방안까지 그럴듯하다 싶으면 우리도 하겠다는 발표부터 하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에 애쓴 선두주자는 오히려 혹시나 후발주자에서 사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남도는 J-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한 축으로 2010년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F1대회 주관단체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와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F1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6월말에는 350억원 규모의 취소불능 신용장도 개설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시가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 개최를 추진하면서 관련사업으로 F1대회를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유치하겠다고 선언, 전남도에 비상에 걸렸다. 경제적, 지리적 여건이 훨씬 좋은 인천시가 한 해 먼저 추진하고 나섬에 따라 전남도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는 “2010년 F1 대회는 이미 확정된 사안으로 F1 주관기구인 FOM이 1개국 1대회 개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인천시의 2009년 대회 유치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진의 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호황을 맞고 있는 조선산업에서도 지자체 간의 사업베끼기가 치열하다.
전남도는 조선산업이 고용창출효과가 크다는 점에 착안, 조선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전남도에는 해안 화원에 대한조선을 비롯해 진도 군내에 고려조선, 신안 지도에 신안중공업 등 3개 조선소가 유치되고 대불산단에 현대미포조선 등 59개의 기자재 업체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도는 더 많은 조선업체 유치를 위해 서남해안 16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타당성 용역을 거쳐 중형급 조선소 입지 5곳과 소형급 조선소 입지 4곳을 확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전북도와 군산시가 새만금 방조제 북단에 접한 비응도 일대에 대규모 조선산업단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전남도를 좌불안석하게 만들고 있다.
군산시는 이곳에 중ㆍ대형 조선업체 2곳과 협력업체 50곳을 유치할 계획으로 이 달 초 조선산업단지 타당성 조사 및 마스터 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비를 추경예산안에 반영, 시의회에 상정하는 등 사업추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경제계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다른 지자체의 우수한 사업내용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업이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해서 아무런 고려도 없이 그대로 베끼는 것은 선두주자의 개발의지를 꺾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