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투신권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돼 있는 마당에 기존 펀드의 추가판매 금지나 채권시가평가 문제 등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핵심정책들이 확정되지 않은 채 표류하는 기색이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27일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내년 7월1일 전면적인 채권시가평가라는 기존의 정부방침을 바꿀 상황이 아니다』며 『금감위에서도 자신이 없어 확정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도 『특별히 상황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존에 약속한 사항을 바꿀 이유가 없다』며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고 더 검토해야 할 사항도 많다』고 밝혔다.
금감위 관계자 역시 『아직은 부처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며 『여러가지로 검토할 사항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기존 펀드 수탁금지 및 시가평가제적용 배제문제에 대해서는 IMF에서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더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기존에 설정돼 채권시가평가가 적용되지 않는 펀드에 대해 투신사가 추가로 자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며 기존 펀드에 대한 수탁금지 방침을 밝혔다. 또 금감위는 11월 금융대란설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7월로 예정된 전면적인 채권시가평가를 기존 펀드에 대해서는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위는 그동안 내년 7월1일 채권시가평가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 그전에 불안을 느낀 기존 펀드자금이 대거 투신권에서 이탈해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 기존 펀드에 대해서는 내년 7월 이후라도 시가평가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기존 펀드에 대해 시가평가가 유보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같은 방침이 다시 뒤집어진다면 대우채권 부분에 대해 80%를 환매해주는 11월10일 이후 다시 수익증권 대량환매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반응을 걱정했다.
한편 IMF는 내년 7월1일 전면 실시라는 기존 정부의 채권시가평가제 일정에 대해 보다 일찍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IMF가 보다 일찍, 보다 폭을 넓혀 채권시가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들어 투신 공사채형 펀드에서는 장기공사채 4조3,417억원, 단기공사채 7조3,919억원 등 총 11조7,336억원이 빠져나갔다. 투신권 이탈자금은 최근에도 적은 날은 3,000억원에서 많은 날은 1조원 가량에 이르러 환매에 따른 투신·증권사의 유동성 부족은 물론 채권매물의 압박으로 인한 금리상승 등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