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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엉덩이·허벅지에 주사… 한번 시작하면 1년 이상 투여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필수… 줄넘기 등 점프 많은 운동도
성장판 자극 키 크는데 도움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정숙(37·가명)씨는 곧 다가올 겨울방학 때 자녀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키를 재봤더니 연초에 비해 2㎝ 정도밖에 자라지 않았고 또래보다 작아 보이는 자녀를 볼 때마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울방학철을 맞아 부모들이 자녀의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데 특히 키가 얼마나 컸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많은 부모들이 '다음 해에는 많이 자라겠지' 하며 무심코 넘기는데 자칫 잘못하면 치료 시기를 놓쳐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녀의 키가 정말 작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또래 100명 중에 작은 순으로 3번째에 들면 저신장으로 볼 수 있다. 또래 평균 신장보다 10㎝ 이상 작아도 저신장을 의심할 수 있다.
키가 잘 자라지 않은 이유로는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 결핍이 대부분이지만 터너증후군이나 러셀-실버증후군 등의 염색체 이상이거나 뇌종양·만성신부전증 등의 질병이 있을 때도 성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기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장의 양상이 또래친구들에 비해 확연히 다르다면 성장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며 "만 2세부터 사춘기 전까지 매년 4㎝ 이하로 자란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성장장애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의 키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부모의 키다. 남아는 부모 평균 키에 6.5㎝를 더하고 여아는 6.5㎝를 뺀 키가 최종 예상신장이다. 따라서 부모의 키가 클 경우 성장 초기에 키가 크지 않더라도 앞으로 급격히 커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적절한 영양공급과 운동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면서 어느 정도는 지켜보는 것도 좋다. 다만 부모의 키가 모두 작고 또래보다 성장이 확연히 느리다면 성장호르몬 등 적극적인 치료를 고민해봐야 한다.
박진웅 연세바른병원 원장은 "또래친구들보다 키가 10㎝ 이상 작거나 매년 4㎝ 이상 자라지 않을 때는 성장장애로 판단할 수 있다"며 "성장치료가 필요할 때 받지 않는다면 보통 남자는 165㎝ 이하, 여자는 155㎝ 이하가 최종 신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저신장 치료는 질병이 원인일 경우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며 특이한 질환이 없는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한다.
개인에 따라 성장호르몬 치료효과는 다를 수 있지만 성장호르몬 결핍증인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적용하면 한 해 동안 최대 7~8㎝까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판이 닫힌 후에는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고 예상되는 성인 키가 작을 것으로 예측될 때 성장호르몬 치료를 적용한다"며 "사춘기 신체발달이 끝나면 뼛속 성장판이 닫혀 키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2차 성징 시기 이전인 10세 이전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매일 집에서 팔과 배·엉덩이·허벅지 등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며 한 번 시작하면 보통 1년 이상 투약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주사 투여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혈당수치가 올라가거나 여드름이 나기도 하고 팔다리 통증, 갑상선 기능 저하,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자녀의 키를 키우려면 식생활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잠들고 1~2시간 뒤 숙면을 할 때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수면시간을 8시간 이상 충분히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밤10시부터 새벽2시까지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 성장을 위해서는 위아래로 뛰는 운동법이 효과적이다. 점프 동작이 많은 유산소운동은 뼈가 튼튼해지고 근육과 인대 움직임에 따라 성장판에 유입되는 혈류 흐름을 촉진시켜 성장에 도움을 준다.
키 크는 데 효과적인 운동은 단연 줄넘기이다. 줄넘기는 전신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 이외에 농구와 자전거·축구·배드민턴 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꼽을 수 있다. 주로 점프 동작이 포함된 운동이 성장판을 자극하고 아침저녁으로 꾸준하게 해야 근육이 고루 발달하고 키 크는 데 효과적이다.
운동 못지않게 골고루 영향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방학 때는 하루 2끼 이상 집에서 먹는 경우가 많아 식단에 신경 쓰면 아이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의 근골격 형성에 많이 쓰이는 단백질과 무기질·칼슘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박 원장은 "단백질과 칼슘이 많은 우유나 두유를 하루 2~3컵 꾸준히 먹는 것이 좋고 우유는 저지방우유를 권장한다"며 "고등어와 정어리 등 등푸른생선은 약간 소금간만 하고 구워 1주에 2~3토막 정도 먹으면 단백질 공급과 아이 두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육류는 닭고기와 돼지고기·쇠고기를 골고루 먹이되 지방은 떼어내고 살코기와 쌈채소를 곁들여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뼈만 생각해서 우유·멸치 등 칼슘 식품만 골라 먹이기보다는 성장대사에 필요한 아연과 마그네슘·단백질·비타민 등이 들어 있는 식품을 골고루 먹이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