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우라늄 1그램의 힘

얼마 전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다. 단순하게 적진에 들어가 깨고 부수기보다는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한 게임이리라 내심 반신반의했으나 제한된 자원을 반드시 적보다 빠르게 많이 확보해야 무기와 병사들을 만들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데 적잖이 놀랐다. 비록 가상의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 책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최근 정부는 우라늄ㆍ유연탄 등을 전략 광종으로 지정하고, 지난 2006년 878억원이던 관련 예산을 올해는 1,366억원으로 늘리는 등 매년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우라늄의 경우 현재 0%인 자주개발률을 오는 2016년까지 15%로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세계 전역에 고르게 매장돼 있고 수입원이 정치ㆍ경제적으로 안정된 선진국이어서 세계 에너지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에 석유는 정치적 위기가 상존하는 중동지역에 편중돼 유사시 공급이 중단되거나 가격이 폭등해 제3, 제4의 오일쇼크가 올 수도 있으며 부피가 크기 때문에 운반과 비축에 어려움이 있다. 청정 연료인 우라늄 1그램은 벙커C유 10드럼, 양질의 석탄 3톤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열량과 맞먹는다. 같은 무게에서 300만배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그동안 원자력 시장은 79년 3월 미국의 TMI(Three-Mile Island) 사고와 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침체기를 지내왔으나 최근 석유ㆍ석탄 가격의 급등과 탄소가스 배출에 따른 환경문제 등으로 202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80여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는 등 제 2의 원전 르네상스가 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라늄 수요는 대폭 증가된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우라늄 광 개발의 장기소요 및 희석우라늄의 소진 전망 등 장기 수급불안 요인에 의해 2003년 8달러이던 우라늄 가격이 올해 7월 135달러까지 무려 17배 가까이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운영중인 20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2016년까지 원전 8기의 추가건설로 우라늄 수요량이 올해 4,000톤에서 2016년 5,800톤까지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나 해외로부터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어 원전연료의 안정적 확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은 한 차례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IMF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이 활발히 벌어졌으며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캐나다ㆍ미국의 3개 우라늄 광산도 매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IMF는 극복할 수 있었으나 소중한 자원을 잃게 되는 값비싼 교훈을 얻어야만 했다. 이러한 국내ㆍ외 환경에 비춰볼 때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한전이 가지고 있는 높은 국제적 신인도와 세계 4대 우라늄 수요자로서 보유하고 있는 협상 경쟁력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우라늄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리라 생각된다. 몇해 전 미국 국방부가 극비리에 작성했던 한 보고서가 언론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었다. 앞으로 20년 안에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등 전지구적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을 도외시한 경제발전 중심의 패러다임은 이제 더는 작동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석유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안게 됐다. 그 최종 해답은 바로 우라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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