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 매각 무산 가능성을 밝힌 것은 검찰 수사 조기 종결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인수 계약자인 국민은행은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인수대금을 주지 않기로 합의하고 그 계약의 유효기간을 오는 9월16일로 약속한 바 있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극단의 시나리오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레이켄 회장도 9월16일까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계약 연장 ▦계약 변경 ▦매각 무산 등 세가지 가능성을 밝혔고 국민은행 측의 모호한 태도에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측은 그레이켄 발언 내용을 놓고 ‘원론적인 수준의 의사표시’라고 해석하면서 계약 연장 협상을 벌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론스타가 여러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그레이켄 회장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외환은행 매각 자체를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매각계약이 폐기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계약을 매번 연장하기란 쉽지 않은 여건이다. 게다가 외환은행 매각협상 직후에 나온 LG카드의 매각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서 론스타가 ‘합법적인 파기’를 통해 새로운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매각가격은 시가보다 20% 정도 높은 가격에 형성됐지만 LG카드의 입찰가격은 시가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의지가 있는 매수처가 남아 있다는 점은 론스타에 새로운 유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협상기간 종료를 앞둔 가운데 검찰은 38억달러의 세전이익을 거둔 론스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기업결합심사를 기간을 연장해 진행하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 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에서 또 다른 은행을 매입할 의사를 밝힌 대목이다. 론스타는 20억달러의 여유자금을 보유한데다 외환은행 매각대금 6조원을 합치면 무려 8조원에 이르는 현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대형은행 하나를 거뜬히 살 여유가 있다. 그레이켄은 또 시설임대업ㆍ건설업등에 투자할 의사를 밝혀 M&A 시장에 나와 있는 대형 매물 인수전에 론스타가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