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이라크 공격/이라크 대외채무 어떻게] “1,000억弗 빚 떼이나”

`후세인이 제거되면 빌려 준 돈은 어디서 받나` 미국의 포스트 후세인 이라크 통치방안이 구체화 되면서 최소 1,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대외채무의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의 현대건설을 비롯한 러시아, 프랑스의 국제채권단은 이번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라크에 빌려준 돈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후 미국주도로 구성되는 임시정부가 국제채권단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쟁이 미국 의도대로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 등에만 임시정부의 정책 주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부채 얼마나 되나=이라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총 대외채무는 91년 기준 421억 달러다.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하며 무기 구입을 위해 러시아, 프랑스, 불가리아 등으로부터 빌린 돈이다. 특히 러시아와 프랑스는 각각 80~90억 달러를 이라크에 빌려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는 또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하며 인근 국가들로부터 300억 달러를 받았으나, 이 돈은 `지원금`이지 부채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제1차 걸프전이 끝난 후 이라크는 외채 상환을 사실상 중단했고, 연체 이자로 인해 이라크의 부채는 90년대 내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98년 기준 이라크 외채는 1,26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외에도 이라크는 쿠웨이트에 대해 3,000억 달러의 전쟁보상금 지불의무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전쟁이 종결된 후 새로 들어설 이라크 정부는 부채 삭감을 위한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 재건에 필요한 신규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기존 부채에 대한 처리 방침을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외부채를 전부 되갚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라크에서의 정권교체가 돈벌이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임시정부는 채무상환보다는 재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던에 망명중인 살라 알 사이클리 전 이라크 중앙은행총재도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후 이라크는 대외채무를 상환할 것”이라면서도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국제채권단이 부채의 상당 부분을 삭감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포스트 후세인 이라크 정부와 국제채권단이 유고슬라비아 부채 삭감의 예를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채권단과 유고슬라비아는 부채의 66% 삭감, 6년간의 유예기간, 22년의 상환기간에 합의한 바 있다. 이라크의 경우도 전후 복구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석유생산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까지 부채 상환이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90년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만 5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환기간도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예상에 따라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라크 채권은 85%나 할인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해 9월의 90% 할인율에 비하면 채권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이라크의 부채 상환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회수 움직임 벌써 활발=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엔본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이라크에 대한 채권자 중 누가 먼저 외상 대금을 받아낼 수 있을 지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제거 후 이라크 경제 회생방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부채 청산 문제도 함께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대건설은 이라크로부터 받지 못한 11억 달러의 공사 대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중이며 러시아나 프랑스도 이번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라크에 빌려준 돈이나 공사대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또 후세인 대통령이 그간 석유 탐사권을 약속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에 그 이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

관련기사



김대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