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세이 '공부' 펴낸 소설가 장정일씨

"한국은 민주국가 아닌 과두국가 제대로 이해하려 공부에 빠졌죠"


"다들 이 나라가 민주국가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죠. 지금 우리 사회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몇몇 사람들이 좌우하는 과두(寡頭) 국가일 뿐이죠." 독서광으로 유명한 소설가 장정일(42ㆍ사진)씨가 독서 에세이 '공부'를 펴냈다. 중졸 학력이 끝인 장씨가 뒤늦게 '공부'에 나선 이유는 자신의 이력서에 기재할 학력을 하나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2002년 대선 무렵 사람들이 대선주자들을 두고 '빨갱이'니 '극우'니 하면서 토론하는 것을 자주 듣곤 했죠. 그때 정작 소설가인 제 자신이 사회 현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세상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 한번 해봐야 겠다고 결심했죠." 장씨는 60여개 주제를 정해놓고 관련 책들을 읽고 정리해 볼 생각이었는데 방송 출연 등 바빠진 일정 탓에 23번째 화두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의 눈길은 음악ㆍ교육ㆍ철학ㆍ세계역사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정체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은 한국 사회의 현 주소다. "책에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란 부제가 달렸는데 이건 출판사에서 정한 거고 사실 제가 원했던 부제는 '친일파ㆍ박정희ㆍ조선일보에 반대하여'였어요.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펄쩍 뛰더군요." '과두정이 온다'란 주제에서 그는 엠마뉘엘 토드의 '제국의 몰락'을 인용하며 한국 사회가 민주 국가 겉 모습을 한 과두 국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형식적으로는 국민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지만 사실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로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실상 5표 이상의 결과를 얻어내고 있잖아요." 그는 "소설가들이 잘난 체하며 떠벌리는 이른바 '고담준론(高談峻論)'에 빠져 사회 문제에 등을 돌리는 일은 결국 제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뒤늦게 공부에 몰입한 이유도 바로 사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공부의 수단으로 책 읽기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책 읽는 능력이 바로 민주주의를 보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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