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LG전자 "인재를 지켜라"

고액연봉서 미혼 연구원 중매까지…<br>반도체·LCD·휴대폰등 첨단기술 개발위해<br>LG·삼성등 전자업체 고급인력 확보에 사활<br>이직땐 '받았던 혜택 모두 반납' 압박도 병행


‘고급 인재를 지켜라.’ LG전자 휴대폰(MC)연구소는 수년 전부터 미혼 연구원의 ‘배우자 찾기’를 주선하고 있다. LG전자는 480명의 미혼 연구원의 결혼 알선을 위해 결혼정보업체와 제휴까지 맺어둔 상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벌써 5명이 결혼에 골인했다. LG전자는 왜 연구원의 결혼에 이처럼 관심을 쏟는 것일까. 해답은 기술력이 회사의 사활을 좌우하는 전기전자업종의 특성.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체는 반도체ㆍ액정표시장치(LCD)ㆍ가전ㆍ휴대폰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상품 개발을 위해 고급 인재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핵심 인재에게 고액 연봉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혼자들을 위한 ‘중매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고급 기술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기업들이 마냥 ‘러브콜’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핵심 인력이 이직을 시도할 경우를 대비한 다양한 압박책도 마련해두고 있다. ◇고액 연봉에서 중매까지 ‘최고 대우’=대기업이 연구개발자들에게 들이는 공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는다. 고액 연봉은 기본. 삼성은 이른바 ‘S급 인재’로 분류된 이들에게는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보장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어떤 연구원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과 LG는 개별 연구인력의 성과에 대해 1,000만~3,000만원, 팀별 프로젝트의 경우 수억원대의 인센티브를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LG전자는 연구개발 인력과 디자이너들에게는 임원급인 ‘연구위원’과 ‘슈퍼 디자이너’라는 직책을 만들어 ‘고속 승진’을 보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중요한 전기전자업종에서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혜택은 파격적”이라며 “타 직종의 불만을 살 수 있어 사내에서도 극비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새싹 때부터 키워라=연구개발자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확보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다. 첨단업종 기업은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산학 장학금’을 줘 반대 급부로 입사를 보장받는 방식을 즐겨 쓴다. 경쟁기업이 영입하지 못하도록 인재를 미리 데려오는 ‘방어적 영입’도 있다. 모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해당 분야 기술자가 지극히 제한된 숫자일 경우 당장 그 분야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경쟁기업행을 막기 위해 우리가 데려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옮기면 알지!’ 압박 병행=연구개발자가 동종 업계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길 경우 회사의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 자사의 독점적 기술 노하우가 합법적 형태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개별 연봉계약서를 통해 1년 안팎의 ‘이직 유예기간’을 두는 방식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를 내더라도 한동안 재취업을 못하도록 해 첨단기술이 ‘옛 기술’로 바뀔 때까지 퇴직자를 묶어두는 방식이다.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미리 집과 차량, 선(先)임금 등을 제공하지만 그가 일정 기간 근무해야 자신의 소유가 된다. 그 기간 전에 회사를 떠날 경우 연구원은 받았던 혜택을 모두 ‘반납내야’ 하므로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최근 개발붐이 일며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었던 일부 IT업종에서는 ‘개발자 숨기기’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게임 포트리스 시리즈로 유명한 CCR의 경우 한때 개발인력 60여명만 따로 모아 다른 건물에 ‘격리 수용’한 적이 있을 정도다. 법적 대응 압박도 기업의 ‘카드’ 중 하나. 만약 다양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연구원들이 이직을 감행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게 전기전자업계가 연구원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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