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憲裁로 간 금융사 의결권 제한 규정

오는 2008년까지 대기업집단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15%로 줄이도록 한 공정거래법의 금융사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법성과 타당성 여부가 삼성그룹의 헌법소원 제기로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법개정 당시 헌법학자들의 충분한 검토가 있었던 만큼 문제가 없다며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한다는 방침인데 위헌여부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결론이야 헌재에서 내려지겠지만 우리는 결론보다도 헌법소원까지 이른 배경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법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문제이니 법 이론이 당연히 우선시돼야지만 이에 못지않게 경제논리를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소 제기 이유는 삼성이 밝힌 대로 경영권 위협 때문이다. 삼성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지분이 54%가 넘는데 삼성측은 삼성생명과 화재 지분 9.8%를 포함해 17.4%에 불과하다. 의결권이 줄어들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더욱 취약해진다. 헌법소원으로 삼성은 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현실에서 기업이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빠진다는 것은 보통 큰 부담이 아닌데 이를 무릅쓰겠다는 것은 경영권 방어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경영권이 위협 받으면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투자부진도 따지고 보면 경영권 위협과 무관하지 않다. 언제 안방을 내줄지 모르는 판이니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유사시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지배구조 왜곡을 막기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경영권 위협이 경제에 가져올 부작용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지금 우리경제의 핵심과제는 투자활성화다. 투자가 확대돼야 일자리와 소비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 차제에 의결권 제한 뿐 아니라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 수도권 공장 신증설 등 규제의 획기적 완화도 검토해볼 일이다.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정부가 스스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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